2025년 연말.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 관광 트렌드를 발표했다. ‘DUALISM(듀얼리즘)’으로 명명된 이 트렌드는 기술과 감성, 위기와 적응, 럭셔리와 실속 등 역동적이고 상반된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새로운 여행 경험을 창출하는 ‘이원적 관광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는 관광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며, 부산이 원도심 활성화와 로컬 콘텐츠 발굴 전략에 더 많은 관심과 의미를 두어야 할 시대임을 일깨워준다.
듀얼리즘(D.U.A.L.I.S.M)의 ‘D’는 디지털 휴머니티(Digital Humanity)로, 인공지능이 여행자의 감성을 읽는 조력자로 진화함을 뜻한다. ‘U’는 문화의 일치(Unity of Culture)로, K-콘텐츠를 넘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찐’으로 체험하는 K-라이프 투어리즘이다. ‘A’는 적응형 회복탄력성(Adaptive Resilience)으로, 환경 보전과 지역 기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여행을 강조한다. ‘L’은 로컬의 재창조(Local Re-creation)로, 지역의 일상적 요소를 독창적인 관광자원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I’는 개인가치 스펙트럼(Individual Value Spectrum)을 뜻하며 극도로 개인화된 N극화 소비를 말한다. ‘S’는 공간적 경험(Spatial Experience)으로, 몰입형 문화공간 조성을 통한 공간브루잉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M’은 다세대 흐름(Multi-Generation Flow)으로, 세대별 다른 여행의 의미와 소비 방식을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 원도심의 무한한 잠재력을 생각해 보자. 역경의 한국 근현대사를 거치며 갈등과 포용의 서사를 만들어 온 부산의 원도심은 살아있는 인문학적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이는 인위적 스토리텔링이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매력을 지닌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삶의 이야기는 로컬의 재창조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유서 깊은 공간을 단순히 ‘구경’하는 것을 넘어 그 속의 역동적 삶과 애환, 공동체 가치를 발굴해 ‘익숙함 속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려는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문화의 일치와 공간적 경험 측면에서 부산 원도심은 K-콘텐츠 속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다. 부산 배경의 K-콘텐츠 촬영지에서 직접 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오래된 건물이나 유휴 공간에서 부산의 역사와 예술, 먹거리를 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브루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원도심에 산재한 낡은 여관을 지역 예술인의 작업실로 활용, 방문객이 예술과 삶을 동시에 경험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휴머니티와 개인가치 스펙트럼은 로컬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AI 기반 맞춤형 추천시스템으로 원도심의 매력을 노출하고 N극화된 소비 패턴에 맞춰 다양한 가격대와 테마의 로컬 콘텐츠를 개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차원에서 개인 관심사에 따라 피란수도 부산을 심층 탐방하거나, 예술을 체험하거나, 음식문화를 깊이 탐구하는 등 맞춤형 여행을 가능케 한다. 또한 적응형 회복탄력성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부산 원도심 특성을 고려한 친환경 관광모델 구축과, 지역 상생을 위한 공정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방문객이 주체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이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 및 지속 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부산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세대별 맞춤형 콘텐츠 개발은 원도심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원도심의 힙한 공간에서 체험을,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웰니스를 제공한다면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프로그램이 완성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방문객이 부산 원도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원도심은 유서 깊은 역사와 독특한 지형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유니크(unique)’한 공간이다. 듀얼리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유니크 부산’을 바라본다면, 무한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부산 원도심을 품은, 부산은 타 도시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혁신 기술과 인문학적 성찰이 융합해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지점에 지금 우리는 서 있다. 그러나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트렌드를 온몸으로 느끼는 필자와 같은 ‘작은’ 여행업자는 아이디어와 기획이 있어도, 자본의 부족과 인재 유치의 어려움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가끔은 현장의 실행력을 뒷받침해 줄 행정의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바라보기도 한다. 기술과 감성이 공존하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듀얼리즘 시대, 새로운 트렌드의 길목에서 부산 원도심만의 독특한 매력과 ‘유니크 부산’이 세상에 더 잘 보여 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고 화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