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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2025, 미식 도시 부산의 원년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12-14 19:20:4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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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관점에서 보면 부산은 매우 흥미로운 도시다. 우선 식재료의 원천이 되는 자연환경을 보자. 산 강 바다를 모두 품은 부산은 삼포지향(三抱之鄕)으로 불린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돌’이라는 추가적인 환경을 갖는다. 낙동강과 남해가 충돌하면서 기수역을 만들고, 남해와 동해와 충돌함으로써 풍부한 어장을 형성한다. 충돌은 역사로 연장된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부산은 문화와 문명이 충돌하고 소용돌이치는 가마솥(釜)과 같은 공간이었다. 부산은 이 충돌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부산다운’ 음식을 만들었다. 오늘날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불리는 모든 음식이 충돌과 융합의 결과물이다.

부산시가 ‘미식 도시’ 활성화를 위해 만든 미식도시 브랜드 이미지.
이처럼 풍부한 자산을 가진 도시는 언젠가는 그 잠재력이 폭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부산 음식은 권력과 풍요가 낳은 결과물이 아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생존의 방편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거칠고 투박하다. 국제 관광도시의 위상과 미식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아쉬운 지점이다. 2024년 부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정책적 결단을 단행했다. 120년의 역사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레스토랑 평가서 ‘미쉐린(미슐렝)가이드’의 평가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미식 도시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했다. 시민들의 우려와 무관심 속에 미식 도시를 향한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올해는 제도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한 해다. 몇 가지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부산시는 올해 3월 최정윤 샘표 연구실장을 미식 관광 분야 정책고문으로 위촉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 의장을 맡고 있는 최 실장은 국내 미식 분야 전문가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한 인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셰프들이 세계 미식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배경에는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런 그가 무보수 명예직인 정책고문을 수락한 것은 오로지 부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건은 셰프들의 활발한 해외 탐방이다. 부산시는 ‘미쉐린스타로드’ 프로그램을 통해 17명의 셰프가 프랑스 리옹, 싱가포르, 일본 오사카 등 미식 도시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최정윤 정책고문은 부산의 셰프들이 태국, 말레이시아, UAE 등을 방문해 세계적인 셰프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 미식 시장을 목격하고 온 셰프들은 스스로 각성하고 동기부여 되었다. 그 결과 올해는 부산 셰프들이 협업으로 진행한 팝업 다이닝 이벤트가 30여 차례 이상 개최되었다. 한 도시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레스토랑 간 협업 이벤트가 진행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가히 부산다운 역동성이다.

미식은 여타 산업과 조금 다른 속성을 가진다.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발전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탄생하고, 그 스타에 의해서 시장 전체가 성큼 발전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한 미식 시장은 자연스레 지역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미식 도시로서 부산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도화선은 결국 사람이다. 올해 부산은 언젠가, 느닷없이, 혜성처럼 탄생할 스타를 키우기 위한 토양을 만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부산이 세계적인 미식 도시가 된다면, 그 시작은 분명 2025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미식도시 부산’의 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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