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과 명품 시계를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사퇴했다. 전 장관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혀 근거 없다”면서도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수리했다. 통일교와 접촉했거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실명이 거론되는 인사는 전 장관 외에도 정동영 이종석 임종성 정진상(이상 더불어민주당 측) 나경원(국민의힘) 김규환(당시 미래통합당) 등으로 자꾸 불어난다. 이들은 모두 관련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지난 9일 민중기 특검에서 넘겨 받은 자료를 토대로 공소시효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으로 이사가 한창인 해수부는 당분간 차관 중심 대행체제로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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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공동취재단 |
전 장관은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공여자 측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다.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통일교 숙원사업 청탁을 위해 부산이 지역구인 전 장관에게 현금과 명품 시계 2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달 시기와 장소, 액수, 시계 브랜드까지 언급된다. 특검은 지난 8월 통일교 간부인 윤영호 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4개월간 수사하지 않다가 지난달에야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이때 특검은 정치자금이 아닌 대가성이 성립되는 뇌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경찰로 넘어갔으니 실체적 진실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문제는 해수부다. 전 장관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이끌어왔다. 부산에선 그의 낙마가 단순히 장관 한 사람 교체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크다. 해수부는 8일부터 이사를 시작했다. 해운물류국은 이미 부산에서 업무를 보고 있고 나머지 부서 이사가 완료되는 이달 말이면 명실상부 해수부의 부산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장관 공백으로 당장 오는 23일로 예정된 임시청사 개청식부터 빛이 바래게 됐다. 해수부 산하 기관과 HMM 이전 관련 다음달 장관 기자회견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부산을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항하는 해양수도권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은 특정 정부 부처나 개인이 만든 게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불미스러운 사유로 정책의 주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 손을 떼게 되는 상황이 이후 전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진행이 취소되거나 늦어지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최근 한국이 유치에 성공한 유엔해양총회 준비를 비롯해 북극항로 개척, 해운기업 추가 이전, 해사법원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 장단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통일교와 관련된 여야 정치권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는 작업과는 별개로, 해수부가 깃대를 잡은 ‘해양수도 부산’ 완성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