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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한국 관광대국 초입에 들어섰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   입력 : 2025-12-04 19:01:0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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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 1800만 명을 넘기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였던 2019년 1750만 명을 넘는 수치다. 지난해 1637만 명이 한국에 왔다. 물론, 관광 대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해외관광객 순위는 1위 프랑스(8940만 명), 2위 스페인(8370만 명), 3위 미국(7930만 명), 4위 중국(6570만 명), 5위 이탈리아(6450만 명)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만의 차별적 매력이 외국인을 끌어당기고 있어서다.

관광객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가는 이유는 이들의 화려한 과거 문화 때문이다. 스페인이나 미국은 빼어난 자연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물가 영향도 크다. 중국은 멋진 자연과 유물이 많지만 저렴한 가격도 한몫한다. 이런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가진 게 많지 않다. 유럽을 압도할 만한 화려한 역사적 유물이 적고, 웅장한 자연도 약하다. 그렇다고 관광비용이 싼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5년 미국 ‘트래지 트래블’은 자신의 독자(25~40세)를 대상으로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뽑았다. 서울이 4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가 뽑은 2025년 ‘나 홀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에서도 1위였다. 여행 전문매체 글로벌 트래블러 선정 ‘2025년 아시아 최고 레저 도시’에서도 1위였다. 이유는 기존 관광대국이 제공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일까?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자신들의 미래다. 이들이 한국에 오면 첫 번째 놀라는 것이 어떤 도시에도 촘촘히 깔려 있는 초고층 빌딩이다. 높은 빌딩이야 다른 나라도 있지만, 한국에는 어느 도시 어느 길거리를 가도 한참 올려다봐야 하는 빌딩들이 가득하다. 특히,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놀란다. 그곳에는 한국과 같은 초고층 건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의 일상적 기술도 자신들의 미래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음식점의 전자식 자동문, 화장실 변기 자동세척기, 차표 검사 없는 KTX, 비행기 일등석을 방불케하는 고속버스, 어디서든 터지는 와이파이 등을 보며 감탄한다. 고속도로변 휴게소도 신세계다.

한국에 오면 까다로운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안경점을 찾는다. 미국에서 안경을 맞추려면 안과에서 검안을 받은 후 안경점에 들러야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최소 2주에서 한 달이다. 한국에서는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새 안경이 준비되어 있다. 가격도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에는 백옥 같은 피부를 만들어주는 피부과와 순간 변신을 경험할 수 있는 뷰티숍이 즐비하다. 마음만 먹으면 성형외과에 들러 미인이 되어 귀국할 수도 있다. 자기 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약을 사는 것도 새로운 추세가 되었다.

한국은 온 천지가 힐링 장소다. 외국인의 로망 중 하나가 ‘한강라면’ 먹기다. 한강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는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롭단다. 한강에 줄 맞춰 선 고층 빌딩 사이로 지는 석양을 보는 것은 덤이다. 청계천도 그런 장소다. 대도시 한가운데 오염되지 않은 물길을 걷고 백로와 왜가리가 물고기 잡는 것을 보면 마음에 평안이 저절로 깃든다. 지금 계절이면 버스나 전철로 30분 거리에 온갖 색으로 치장한 가을 산을 만날 수 있다. 이것만도 황홀한데 산꼭대기에 올라 도시를 굽어보는 순간 벅찬 환희를 맛본다.

한국에 오면 시공간의 속박을 벗어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밤을 신기해하며 즐긴다. 많은 나라에서는 해가 지면 집 밖은 공포의 공간이 된다.

하지만 한국의 밤은 두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다. 밤거리 야경은 환상 그 자체다. 새벽 2시에도 편의점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한국에 오면 누구나 꿈꾸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외국 관광객 상당수는 한류 팬이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K-팝 가수의 행적을 좇고 드라마 속 장소를 탐방하길 원한다. 자신이 좋아 하는 가수가 되고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다. 그 꿈이 한국에 오면 이루어진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애니메이션 인기로 여기에 등장하는 장소를 순례하며 케데헌 주인공이 돼보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매력은 ‘미래에 살아보기’, ‘삶의 문제 풀기’, ‘스트레스 탈출하기’, ‘시공간 속박 벗어나기’, ‘꿈꾸던 주인공 되기’를 경험할 수 있는 나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특히 젊은 세대에 호소력이 세다. 한국에 젊은 여행객이 많은 이유다.

최근 반가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 외국인 방문지가 서울을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에는 이미 300만 명을 넘는 외국인이 몰렸다. 경주 속초 대구에도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전주와 남원 같은 전통 관광지에도 외국 관광객 증가가 뚜렷하다. 한국을 찾는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중국 관광객 일변도가 아니다. 한국이 관광 대국으로 가는 길이 확실히 열리고 있다. 이 기회를 움켜잡아야 한다. 그만큼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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