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수도권 집중 현상 왜 해결 못하는가

역대 정부 다양한 정책에도 단기 처방…근본 변화 없어

분권형 성장 모델 전환 필요, 장기비용 혜택…기업 유치를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5-11-25 18:39:0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한민국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00만 명이 모여 산다. 대한민국 500대 기업의 본사도 77%나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서울은 55%나 차지한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체감하는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서울에 가야 기회가 있다”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게 뿌리내려 있다.

도대체 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실효성 결여에 있다. 역대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대부분 단발성에 그쳤고, 정권이 바뀌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30년, 50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 없이 임기 내 가시적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니,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수도권 규제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으로 수도권 내 개발을 제한하고 있지만, 규제는 항상 예외와 완화의 압력에 시달린다. 경기 침체가 오면 “규제 완화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규제는 유명무실해진다. 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금융규제는 강화했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아파트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자는 방안은 근시안적 정책이다. 이는 결국 수도권의 정주 여건만 개선시켜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고 균형 발전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교육과 문화 인프라의 격차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수도권에는 명문대학, 대형병원, 문화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려 해도 직원들이 자녀 교육 문제, 배우자 취업 문제, 의료 및 문화 혜택 감소를 우려해 반대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유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질 문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보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명확히 보인다. 인재가 없으니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니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인재들이 떠나고, 그렇게 지역경제는 점점 더 위축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을 서울의 아류로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라, 각 지역만의 강점을 살린 특화 발전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 보스턴, 오스틴 등 지역별로 산업과 문화의 특성이 뚜렷하게 발전하면서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을 높여왔다. 지역 주도의 자율적 혁신이 중심이 되었고, 기업·대학·지방정부가 결합한 지역 생태계가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이러한 분권형 성장 모델을 참고해 지역이 스스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발표한 800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도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에 재정을 나눠주는 시혜적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이양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규제 특례를 운영하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지방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이전기업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은 단기적 세제 감면에 머물러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비용 구조 개선이다. 따라서 세제 감면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입지 보조금 지원, 설비 투자 보조금 확대, 금융 지원, 직원 정주 지원이 뒤따른다면 기업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가 권역단위 성장엔진 발굴,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을 포함한 ‘5극 3특’ 정책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전국 곳곳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심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방향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속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비로소 대한민국 전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날일 것이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1. 1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2. 2[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6. 6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0. 10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