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옛 신도시인 해운대1·2지구와 화명·금곡지구가 미래도시로의 전환을 시작한다. 1980~90년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대도시로 인구가 대거 유입되었다. 그러나 도심은 급격히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만한 주택과 기반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을 세워 개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수도권에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됐으며, 부산에서 해운대와 화명·금곡 신도시가 개발됐다.
이들 신도시는 준공된 지 약 30년이 되면서 주차 공간 부족, 건축물 배관 및 구조물 노후화 등 전반적인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신도시가 용적률 상한에 맞춰 세대수 증가가 어렵고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1개 단지 단위 재건축 방식으로는 신도시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순한 주거시설 정비를 넘어 ‘도시 차원의 종합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신도시 재구조화와 사업성 향상을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신도시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특례를 담고 있으며, 용적률을 최대 150%까지 완화하고, 통합개발 시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노후계획도시’란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조성된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후 20년 이상 경과한 지역 중 면적이 100만㎡ 이상인 지역으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역을 말한다. 부산시의 경우 해운대1·2, 화명·금곡, 다대, 만덕, 모라, 개금·당감 지구로 총 6개 지역이다.
부산시는 지난 7월 해운대지구와 화명·금곡지구의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체 약 5만4400세대 중 우선 사업을 추진할 5700세대 규모의 1단계 선도지구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총 14개 구역에서 약 3만2000세대가 신청했다. 평균 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시는 서류 평가와 국토교통부 협의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중 선도지구를 확정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해운대와 화명·금곡 신도시는 2040년까지 교통 인프라, 생활SOC(사회간접자본), 공원·녹지 등이 확충된 21만여 명이 거주하는 미래형 도시로 바뀐다. 또한 현재 노후계획도시 기본계획을 마련 중인 나머지 4개 예정지역 역시 동일한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재정비가 추진된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기본계획대로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2005년 제정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노후 도심 재정비를 목표로 시행됐으나, 일부 지구만 사업이 진행되고 다수는 해제되는 등 성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괴정 충무 서·금사 영도 시민공원주변 등 5개 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주민 참여 저조와 사업성 부족으로 대부분이 지연되거나 해제됐다. 현재 시민공원주변지구만 전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도지구는 6개 구역 중 1개, 서·금사지구는 15개 구역 중 3개만 추진된다. 괴정 충무지구는 모두 해제된 상황이다.
재정비촉진사업의 한계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보다 체계적이고 원활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 아파트 단지 간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장애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또한 정비사업 추진 절차의 간소화, 행정적 지원 강화, 초기 사업비 지원 등 금융적인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선도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부산 도심에서는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소규모정비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이번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까지 포함하면 정비사업이 부산의 신규 주택 공급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각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개별 사업구역의 공간구성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세워야 하겠다.
김승겸의 ‘도시의 미래’에서 도시는 다양한 사람의 욕구와 기대가 교차하는 실험장이자 새로운 가능성과 혁신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이러한 도전과 가능성 속에서 도시 진화는 계속될 것이고, 미래도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