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 온 어 캔’ 이 낯선 용어는 데이비드 랭, 쥴리아 울프, 마이클 고든 세 작곡가가 1987년 창단한 미국의 현대음악 단체를 가리킨다. 뜻은 ‘깡통을 두드리다’라는 정도인데 언뜻 거리의 악사들이 드럼통 같은 걸 두드리는 게 연상된다. 쓸모없는 깡통! 뭔가 정통파가 아닌 괴짜의 느낌이다. 이들은 음악의 유토피아, 작곡가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악을 목표로 하면서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들을 새롭게 조직하고 기획하는 이색적인 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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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 오케스트라. |
2차대전 이후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선 더욱더 극단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이 곡들은 곧 새로운 표준과 규범이 되었고 현대음악계는 더욱 교조적으로 이들을 추종했다. 1970년대에 결국 그 반작용으로 미니멀 음악이 미국에서 나오게 된다. 이 시기에 힙합이나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의 음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미니멀은 더욱 진화하여 포스트 미니멀리즘으로 가는데 펑크 헤비메탈 전자음악 DJ음악 힙합 등으로 그 소재의 폭을 넓히게 된다.
‘뱅 온 어 캔’이 바로 이 포스트 미니멀리즘 음악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작곡가들의 작품 경향에 따라 업타운과 다운타운, 미드타운이란 구분을 하기도 한다. 뉴욕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즉 업타운은 링컨센터, 줄리아드 음대, 카네기홀 등 풍부한 지원을 받는 문화기관들이 있는 곳으로 현대음악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작곡가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고 다운타운 작곡가란 반유럽적, 반 교향악적, 반 오페라적인 작곡가들을 말한다. 그들은 주로 미국 서부 출신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로 존 케이지의 추종자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 개념인 미드타운은 여전히 전통적 오페라, 오케스트라, 실내악 장르와 조성적 어휘를 쓰는 작곡가들을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 시대는 음악의 백가쟁명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뱅 온 어 캔’은 이런 다양한 음악들을 위해서 여러 산하단체를 두어 그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뱅 온 어 캔 올스타’는 그 대표적인 단체로서 기존 실내악과 다른 6중주의 편성으로 한계 없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팀은 ‘아스팔트 오케스트라’이다. 거리에서 연주하는 한마디로 급진적인 스트리트 밴드인데 뉴욕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금관 주자 12명으로 되어 있다. 이들의 모토는 콘서트홀의 음악을 거리로 가져와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코 자파, 비요크, 찰스 밍거스 등 이들의 레퍼토리는 현대음악 재즈 월드뮤직 등 정말 다양하다. 마라톤 콘서트 같은 이색적인 콘서트도 기획을 했고 파운드 사운드 네이션(Found Sound Nation)이란 단체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과 소외된 이들의 음악 작업을 후원도 한다.
최근의 한류열풍을 보면서 약간은 우리 스스로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하는가? 분명 이 시대 문화의 흐름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최근의 문화현상 중의 하나인 플래시몹(flashmob)을 보면 연주 홀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하여 개방된 공간과 우연한 군중들이 모여 아무런 제한 없이 그냥 즐기고 교감하는 것! 이것이 음악의 가장 본능적인 속성이 아닐까? ‘뱅 온 어 캔’은 이 시대의 음악들을 모두 아우르고자 한다.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 장르의 경계도 다 없어지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지 않을까? ‘뱅 온 어 캔’과 뻗어 나가는 한류를 보면서 ‘우리 음악이 가야 할 길은. 그리고 나의 음악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