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를 마친 전투기들이 귀환한다. 기체에는 대공포와 적기의 기총에 맞은 흔적들이 많다. 피격된 탄흔의 위치를 분석, 전투기 장갑판을 보완하는 데이터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조종석이나 엔진처럼 치명적인 부위에 피격당한 전투기는 복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덜 중요한 부위에 피격당했다면 귀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탄흔이 많이 발견된 곳을 보강하는 것은 목적에 반하는 조치가 된다. 통계 자료를 해석할 때는 포함된 수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의미까지 살펴야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의뢰로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는 과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응급환자진료정보망(NEDIS) 자료와 전남소방본부의 구급활동일지 자료를 분석하면서 깜짝 놀랐다. 전남 소방에서 이송한 중증 응급 환자 중 상당수가 응급의료센터나 응급실로 지정된 곳이 아닌, 그보다 낮은 등급의 응급의료시설로 이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넓은 면적과 낮은 인구밀도, 응급의료기관의 분포 상황에 따른 최선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응급의료기관보다 낮은 등급의 응급의료시설에서는 환자 진료 자료를 전송하지 않는다. 지금도 응급의료정책 결정의 기초가 되는 많은 연구가 응급환자 진료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송 문제의 상당 부분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은 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실 수준의 응급의료기관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이다. 그런데,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자료만을 가지고 외상진료체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훨씬 더 치명적인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사망률과 전원율 자료가 정치권을 통해 공개되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전원율 격차는 최대 39배, 사망률 격차는 6배로 센터간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을 센터간 역량 차이라고 주장하면서 외상센터에 대한 자원 투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망률이 낮은 센터일수록 치료를 잘 하는 센터일까. 그렇지 않다. 치료 결과는 우선적으로 환자의 중증도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센터간 치료 성적을 비교할 때는 중증도를 표준화해서 해야 한다. 손상 정도와 활력 징후 등을 점수화해서 예측 생존율을 구하고, 이것을 실제 생존율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이런 방법으로 센터별 성적을 산출해서 권역외상센터 평가에 활용한다. 하지만 잘 설계된 점수 체계라도 나름의 한계를 갖기 때문에 중증도를 보정한 결과 역시 해석과 활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외상 센터마다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도 분포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데이터의 바깥에 존재하는 진실이다. 권역외상센터는 광역시와 도별로 한 곳씩 설치되어 중증 외상 환자에 대한 최종 치료를 담당한다. 하지만 다른 응급의료센터와 응급의료기관들도 외상환자에 대한 진료를 분담하고 있다. 이런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중증도가 아주 높은 환자들만 권역외상센터에 모이게 되고, 권역외상센터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주변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이 미약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까지도 권역외상센터가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센터에서는 사망률이 낮아 보이는 것이다. 결국 권역외상센터에서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도나 사망률 분포는 센터 자체 역량뿐만 아니라 주변 응급의료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첫눈에 보이는 자료 요약에 부화뇌동해서는 중요한 의미를 볼 수 없다. 이미 중증도 보정 사망 자료를 센터 평가에 활용하고 있고 전원의 적절성 여부도 사례 분석후 평가에 활용함에도, 굳이 보정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정책 방향을 논하는 것은 통계의 본래 목적을 왜곡하는 행위다. 더구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 그래서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외상체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마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