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여름 아침, 50대 후반의 남자가 자신의 가게에서 뱀에 물렸다. 확인할 겨를도 없이 뱀은 숨어버렸고, 남자는 가게 문을 닫고 사람을 불러 뱀을 잡게 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 밥을 반쯤 먹었을 때 땅꾼이 뱀을 잡아 죽였다며 가져왔다. 놀랍게도 코브라였다. 남자는 “내가 이 놈에게 물리고도 살아남았다고?”라는 말을 내뱉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의사는 ‘심장마비’라는 진단을 내렸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인도계 미국인 심장내과 의사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샌디프 자우하르가 쓴 책 ‘심장’에 나오는 자신의 할아버지 죽음 이야기다. 자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남자는 왜 죽은 것일까? 뱀에 물려서? 아니면 너무 놀라서?
코브라 독은 신경을 마비시킨다. 코브라에게 물리면 눈꺼풀이 처지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며, 근육의 힘이 빠지다 결국 호흡근육 마비로 질식사한다. 이 과정이 1시간에서 며칠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남자의 죽음은 코브라의 독이 원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뭔가?
내 생각에는 남자가 너무 놀라서 심장마비가 온 것 같다. 코브라에게 물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엄청난 공포를 몰고왔고 그 충격으로 심장이 멎은 것이다. 극심한 충격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땅꾼이 코브라가 아닌 독성이 없는 능구렁이를 보여주었다면 남자는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설마 그러겠어? 하겠지만 다음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역시 인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느 의사가 당국의 허가를 얻어 사형수가 원하면 고통스러운 교수형 대신 몸에서 피가 조금씩 빠져나와 죽는 방법을 선택하게 해주었다. 사형수는 침대에 묶였고 눈을 가렸다. 그리고 팔다리에 상처를 내어 피가 나게 했다. 몸에서 빠져나온 피는 침대 아래 양동이로 한 방울씩 떨어졌고 사형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몸에서 피가 슬슬 빠져나가자 사형수는 기운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고 의사는 종교적인 전통에 따라 죽어가는 사형수를 위해 곡소리를 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왔는지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갑자기 멎었고 동시에 의사의 곡소리도 멈추었다. 그러자 사형수도 의식을 잃고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것은 트릭이었다. 팔다리에 난 작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곧 멎었지만 대신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게 했다. 젊고 건강했던 사형수였지만 피가 다 빠져나오면 죽는다는 생각에 그 때에 맞추어 죽어버렸다.
이 두 가지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철석같이 믿으면 정말 그 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우리의 마음이 멀쩡한 심장에 급제동을 걸어 멈춰 세운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 두 이야기의 주인공 모두 사망 원인은 ‘살 수 없다는 마음’이다.
이렇게 힘이 센 마음은 급성 심장마비는 물론이고 만성 심장병도 일으킨다. 20세기 초에 배우자와 사별한 후 1년 이내의 사망률이 치솟는다는 연구가 있었다. 이 현상을 ‘상심증후군’으로 불렀는데 훨씬 나중에 2004년 52개국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과연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고혈압이나 당뇨병만큼이나 강력한 심장마비 위험인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에게 흔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배우자와의 사별)나 슬픔을 겪은 후 흉통이나 심부전으로 나타나는 이 병을 ‘타코츠보 심근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타코츠보란 목이 좁고 통통한 일본식 문어잡이용 항아리로 환자들의 심장이 그런 모양으로 변한다고 붙은 이름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아드레날린은 심장세포 일부를 공격해 심장 모양까지 바꾸고 기능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대지진을 겪은 지역에서 1년 이내에 환자가 24배나 늘었다. 미국에서도 열대 폭풍이나 토네이도 피해를 받은 지역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보통은 몇 주 만에 회복되지만 일부는 심부전, 부정맥이 나타나며 목숨을 잃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하면 정신-심리적 관점만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심장 손상까지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마음은 심장은 물론이고 뇌도 공격한다. 2024년 여름에 발표된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을 보면 예방가능한 치매 위험 인자 14개 중 우울증도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중년기에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을 3%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중년기에 속한 우리 독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서 일분 일초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걱정하고,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그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상한다. 그런 감정 속에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나의 심장은 물론이고 뇌세포들이 상처받고 말라버린다. 스트레스를 받는 뇌는 몸 구석구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