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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교토의 야채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10-19 18:50:1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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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서기 794년부터 1869년 도쿄로 천도하기 전까지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본의 수도였다. 한 도시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국가의 중심 역할을 하면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 자산을 남긴다. 유네스코에 의해 무려 17개의 사찰과 신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불어 일본 식문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교토 음식이 있다. 교토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에는 채소를 절인 츠케모노, 콩으로 만든 두부, 교토식 반찬인 오반자이, 팥과 설탕을 결합해서 만든 팥소, 사찰음식인 정진요리 등이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교토의 야채가 있다.
일본 교토 야채 판매점의 모습.
교토는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 수질이 맑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두 개의 강이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고 있어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불교를 장려했던 덴무 천황은 서기 675년 ‘육식금지령’을 통해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의 살생과 섭식을 금지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칙령은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무려 1200년 동안 철저하게 지켜진다. 일본이 섬나라라 다양한 해산물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교토는 사정이 달랐다. 가장 가까운 바다가 직선거리로 70㎞ 정도 떨어져 있었고 그마저도 험준한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교토에서 만날 수 있는 생선은 은어와 잉어 등의 민물 생선과 초에 절인 고등어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교토는 채소에 주목했다. 왕실과 귀족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채소를 재배하고, 그 채소의 궁극의 맛을 끌어내는 조리법을 개발했다. 여기에 교토의 물이 가세했다. 교토는 한 마디로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 저수량의 80%에 이르는 막대한 지하수가 교토의 땅 밑에 저장되어 있다. 그것도 모래 퇴적층을 통해 여과되어 철분과 미네랄이 적은 연수다. 연수는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물로 통한다. 이 물이 재배와 조리 과정에서 교토 채소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교토 사람들이 교토 요리는 교토의 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근대 이전까지 교토의 전통 야채들은 대부분 사찰에서 재배했다. 거대한 영지를 가진 사찰의 승려들은 수행의 방편으로 농사를 지었고, 이렇게 재배된 야채는 사찰의 중요한 수입원 역할을 했다.

교토는 이 전통을 오늘날까지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아예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교야사이(京野菜)’이다. 1988년 교토는 19세기 이전까지 교토에서 자생하거나 외부로부터 전래 되어 토착화된 37개 품목의 채소를 ‘교야사이’로 지정했다. 무 순무 유채 토란 우엉 콩 연근 유채 가지 호박 파 죽순 등이다. 일본에서 재배된 채소라도 교토에서 재배되고 검증된 채소에만 ‘교(京)’라는 브랜드를 붙일 수 있다. 이 브랜드가 붙는 순간 채소의 가치가 달라진다. 교토 채소에 대한 교토 사람들의 자부심은 브랜드 관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토다운 음식점이라면 반드시 교야사이를 사용해야 한다. 일본 음식뿐만 아니라 중국 음식점, 프랑스 음식점, 이탈리아 음식점 등이 교토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토 채소의 맛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교토의 채소는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 심지어 제철 채소가 솜씨 좋은 요리사를 만나 하나의 음식으로 완성될 때는 교토 사람들의 유난스러운 자부심이 능히 이해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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