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2018)는 영국 프로축구팀 선덜랜드AFC의 2017~2018시즌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첫 장면이 인상 깊다. 한 신부가 기도한다. “선덜랜드가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해도 분노의 감정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 해 선덜랜드는 2부(챔피언십)에서 3부(리그원)로 강등됐다. 과거 1부 프리미어리그(EPL)를 6번 제패한 명문구단의 추락에 올드팬은 탄식한다. “선덜랜드는 내 삶의 전부인데….” 이듬해 선덜랜드 홈구장은 꽉찬다. 성적이 추락할수록 응원은 필사적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이 사직구장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선덜랜드는 8년 만인 올해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해 현재 9위다. 신부의 기도가 한참 지나 하늘에 닿은 셈.
1990년대까지 부산은 선덜랜드나 맨체스터 아스널 못지 않은 ‘축구특별시’였다. 홈팀 대우 로얄즈는 프로축구(K리그)가 출범한 1983년부터 1999년까지 4회(1984·1987·1991·1997년) 정상에 섰다. 대우의 장점 중 하나는 기복 없는 상위권 유지 전력. 챔프 경쟁을 하다 2위(2회) 또는 3위(4회)를 할 땐 탄식이 쏟아졌다. 정용환 조광래 박창선 하석주 정해원 이태호 김주성 안정환…. 대우의 스타팅멤버가 곧 국가대표이던 시절이다.
잘 나가던 부산 프로축구가 늪에 빠진 시기는 2000년. 현대산업개발이 대우를 인수해 부산 아이파크로 새 출발한 해다. 2015년까지 4~13위를 오락가락 하던 부산은 2016년 나락으로 추락한다. 기업구단 최초 2부 리그 강등. 부산이 다시 1부로 복귀한 것은 5년 만인 2020년. ‘축구 명가’ 부활은 아니어도 1부 잔류를 기대했으나 1년 만에 다시 2부로 떨어졌다. K리그 최초로 1부 우승 경력 팀의 두 번째 강등이었다.
부산의 1부 승격 희망이 올해도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K리그2 부천 FC전에서 1-2로 패해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최근 5경기 성적은 4무 1패. 잔여 5경기에서 분발해야 5위까지 주어지는 승격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부산의 구단주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A대표팀 부진으로 퇴진 압박을 받자 고개를 숙였다. “축구가 더 많은 사람의 일상이 되도록” “미래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쇠락한 부산 축구부터 살려야 하지 않을까. 억장 무너진 부산팬에게 사과는 당연하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