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부산 단독이 아닌 권역별 투자공사를 추진 중이어서 파장이 인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 공개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을 ‘5극(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호남권 동남권)’과 ‘3특(강원 전북 제주)’으로 나눠 권역별 유기적 연계와 성장을 목표로 각각에 지역투자공사(가칭)를 설립한다. 투자공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 후보 시절 수도권 일극체제를 타파하고 부산을 대한민국의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해 약속한 금융기관으로, 불과 5개월 만에 계획이 바뀐 것이다. 정부가 권역별 투자공사 안을 밀어붙이면 적지 않은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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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열린 부산 유세에서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한 뒤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이 대통령이 부산에 약속한 여러 공약 가운데 정부 의지만으로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음에도 그동안 구체적인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대표적인 사안이 동남권투자공사다. 그 와중에 슬그머니 흘러나오는 아이디어는 KDB산업은행의 지역본부 확대 개편 등 애초 그림과는 많이 달라 불안감이 커지던 터다. 금융위원회가 산은을 권역별 본점 형태로 바꾸자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실제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운 대기업 이전, 북극항로 개척 등으로 발생하는 정책금융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책금융기관을 부산에 단독으로 설립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별 나눠먹기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권역별 투자공사는 거점화나 희소성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일개 지점일 뿐이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의 여권 전체는 하나로 똘똘 뭉쳐 산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해왔다. 그 결과 현 상태에선 그들 뜻대로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작 행정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산은 이전은 모르는 척 하고, 그 대안으로 이 대통령이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할 해양금융기관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청사진과 함께 ‘동남권투자은행’을 꺼낼 때부터 선거용이 아닌지 반신반의했다. 당시만 해도 비록 산은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별도의 국책은행 설립으로 이해하고 부산 시민은 추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이마저도 ‘은행’이 아닌 ‘공사’로, 그것도 하나가 아닌 복수로 말이 달라진 것이다.
정치인들이 요동치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그동안 해온 식언은 한두 개가 아니고,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약속했던 게 대표적이다. 그때도 부산 시민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산은 수출입은행 등의 유치를 기대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내년 6월엔 이재명 정부가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될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1년 남짓 기간 이재명 정부의 점수가 쌓이고 쌓여 이때 성적표가 결정된다. 명분 없는 공약 파기는 최대 실점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