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를 교환수단으로 상품을 유통하는 화폐 경제 안에서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팔고자 하는 사람들을 ‘생산자’, 그 과정을 ‘생산’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비공식 경제, 비화폐 경제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해당하는 단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발간한 ‘제3의 물결’에서 판매나 교환이 아닌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를 ‘프로슈머’, 이러한 행위를 ‘프로슈밍’이라는 신조어로 지칭했다. 또한, 2006년 발간된 ‘부의 미래’에서 프로슈머 경제를 ‘숨겨진 절반’으로 설명했다. 프로슈밍에는 세상 반대쪽에 사는 타인과의 공유를 위해 대가를 받지 않고 창조하는 가치도 포함된다. 누구나 한번쯤 프로슈머가 된다. 사실 모든 경제에는 프로슈머가 존재한다. 우리가 집에서 만든 음식에 곁들여 와인을 마신다면 프로슈머이다. 그러나 프로슈밍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행동이 아니다. 교통수단, 커뮤니케이션, IT의 발달로 세계가 더 작아진 오늘날 돈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가족 친구 이웃과 나누고자 한다면 이러한 프로슈밍이 전체 화폐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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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요트 투어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
숨겨진 절반의 개념은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나 데이터의 겉 부분만 이해하고 있을 뿐, 실제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숨겨진 절반을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기술 변화나 사회 혁신이 일어날 때, 겉으로 보이는 트렌드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변화가 더 중요하다. 숨겨진 절반의 개념을 와인 마케팅 전략 관점에서 해석하면 단순한 소비 트렌드만을 따르는 게 아니라 이면에서 조용히 시장을 바꾸는 숨겨진 요인을 파악해 선제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와인 브랜드가 흔히 집중하는 영역은 보이는 절반인 당장의 소비 트렌드다. ▷까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같은 인기 품종 ▷데일리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으로 구분하는 가격대별 시장 ▷평점, 미디어 노출, 리뷰로 정해지는 브랜드 평판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와인 같은 단기적 유행을 따라가는 수준의 전략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은 숨겨진 절반, 시장의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읽고 대비하는 데서 나온다. ▷기후 변화로 품질이 상승하는 영국 스파클링와인처럼 새로운 산지에 대한 지속 가능한 미래 와인 같은 차별화된 스토리텔링 ▷낮은 알코올, 내추럴와인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MZ세대의 가치와 소비 트렌드를 결합한 SNS 중심 감성 브랜딩 캠페인 ▷고객 취향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제품개발과 개인 맞춤 와인 큐레이션 등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AI 데이터 분석 디지털 유통혁신 ▷와인과 한식처럼 로컬 푸드와 글로벌 트랜드를 결합하는 스토리텔링, 와인과 K-팝 같은 문화융합 트랜드 등 새로운 문화 마케팅에 집중해야만 미래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까페, 장 폴 사르트르가 철학에 대한 글을 썼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그가 영감을 얻고 창작의 열정을 피웠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안타깝게도 사르트르가 그곳에 간 이유는 단지 그의 집에서 까페까지 걷는 산책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대한 인물이 만든 것을 보거나 그들이 즐겨 찾던 장소에 가는 것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사랑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스쳐 지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존경하는 위대한 인물 중 그 누구도 휴가를 즐기기 위해 파리에 가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형식을 추구하며 강력한 자기과시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겸허함, 우리 내면에 숨겨진 절반의 아름다움이 필요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