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행사로 기대를 모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7일 개막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제30회 BIFF는 줄리엣 비노쉬, 허광한, 밀라 요보비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기예르모 델 토로, 션 베이커, 장률, 박찬욱 등 세계 각국 유명 감독의 신작을 부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안겼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서른 번째 생일답게 ‘들썩’거리는 영화 축제가 벌어졌다. 영화관마다 관객이 빼곡히 찼고, 영화 거장과 스타가 시간마다 무대에 올라 생생한 육성을 들려줬다. 영화를 본 관객 300명에게 일일이 사인해 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볼하트에 설레었고, 대만의 스타 허광한의 진지한 모습에 팬들은 소리를 질렀다. 보고 싶은 영화를 위해, 서른 번째 BIFF의 현장을 보기 위해, 가족 연인 친구와 영화제를 찾은 관객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영화가 주는 황홀함과 영화제가 주는 즐거움을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물론 ‘어?’하는 장면도 있었다. 많은 게스트가 참여했고 그만큼 행사가 촘촘히 진행되다보니 지각하는 스타가 속출했다. 관객은 늦게 무대에 오른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양해의 말 한마디 듣기 어려웠다. 해외 스타들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와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여러 의미에서 ‘역대급’이었던 개막식과 미관을 해친 관객 편의시설 등 운영상의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30회 BIFF는 영화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BIFF의 지난 29년 역사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만큼 당연히 다사다난했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룬 것도 많다. BIFF는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에 영화를 심었고, 그 덕분에 전 세계인에게 부산을 알린 주인공이다. 항만도시 부산에 영화산업을 심은 뿌리이기도 하다. BIFF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있지만 이 사실만큼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10년 전, 20회 BIFF를 맞아 ‘BIFF 키즈’란 기획물을 연재한 적이 있다. 국내 첫 국제영화제로 시작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한 BIFF는 20년간 ‘영화제 스태프’라는 생소했던 분야의 인력을 길러냈고, 아시아의 보석 같은 감독을 찾아내 세계 무대로 내보냈다. 또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자양분이 될 감독과 배우도 발굴했다. 그들이 곧 ‘BIFF 키즈’이며, 영화제가 20년간 쌓은 자산이란 점을 알린 기획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30회 BIFF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화제 초창기를 기억하는 이가 이제 그리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역시 BIFF의 공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BIFF 내부의 세대교체가 진행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BIFF에는 앞으로의 30년을 그리기 위한 다양한 포석과 시도가 담겼다. ‘경쟁 영화제’로 첫발을 내디뎠고, AI(인공지능)와 OTT라는 변화 속에 한국영화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보자는 결의도 느껴졌다. ‘아시아 영화’와 ‘관객’ 모두 놓칠 수 없다는 기조는 더 강하게 확장됐다. 이는 영화와 극장산업의 위기로 전 세계 영화제가 예전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BIFF 나름의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단번에 성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거기에 바람을 더한다면, 영화제의 조직을 안정시키고 내실을 다지는 부분을 고민했으면 한다. 지난 29년의 가치와 노하우를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생각과 시선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조직이 갖춰진다면 ‘뉴 BIFF 키즈’를 더 많은 곳에서,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유대도 더 깊어졌으면 한다.
여전히 BIFF는 영화제를 추억하고 영화제를 기대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것이 BIFF의 힘이기도 하다. 26일 끝나는 서른 번째 BIFF는 당신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까.
김현주 문화라이프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