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다가온다. 과일 채소값이 너무 올라 장보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파 배추 고등어 과일의 가격이 번갈아 폭등했다. 이상기후, 재배면적 감소, 생산비용상승과 유통구조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매번 반복되지만 모든 품목의 부족을 미리 예측하고 비축하기는 어렵겠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을 생산하던 바이엘은 생산공장을 이전하면서 1년 이상 품절되었다가 재출시 이후에도 판매부진, 낮은 이윤 때문에 여러 차례 공급이 중단되었다. 감기 치료제인 슈도에페드린 염산염도 코로나 상황에서 약국의 사재기 경쟁이 치열했다. 이처럼 의약품도 특정환경에서 폭발적인 수요증가, 사재기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원료수급, 생산공장 문제, 유통, 판매가격과 제약회사의 수입성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로 공급부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개선하기 위한 약사법·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헌회 심사를 통과했다. ‘의사나 치과의사는 수급불안정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에 그 의약품의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특정 의약품에 수급불안정 상황이 발생해도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이 아닌 동일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즉, 의사의 상품명 처방이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야기하는 한 원인이고, ‘제네릭(카피약)’의 사용, ‘대체조제’를 공급부족의약품의 해법으로 본 것이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은 일시적일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다. 공급부족 제품의 종류, 원인, 그리고 시급성 등을 개별로 판단해 탄력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성분명 강제처방’으로 수급불안정이 해소된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약사에 의한 대체조제, 제네릭 사용의 만연, 환자의 기본권리침해 등 그 우려가 크다.
가장 흔하게 복용하는 아스피린을 예로 보더라도 정말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있다. 기본적인 알약형태(정제), 캡슐, 액체상태, 발포형, 쉽게 녹는 형태, 서서히 녹아 장기간 약효가 지속되는 서방형 등이다. 아스피린에 카페인, 계피가 함께 혼합된 제품도 있고, 위출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위산분비 억제제와 결합한 복합제도 최근 개발되었다. 이 다양한 제품의 성분명은 모두 ‘아세틸 살리실산’이다. 평소 위염이 심한 환자, 딱딱한 알약을 못 삼키거나 다른 질병으로 알약 갯수가 많은 환자에게 처방한 가장 적합한 제품을 같은 성분이 포함되었다고 다른 제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비교적 안전하고 간단한 화학구조를 가진 아스피린이 이러한데 더 복잡하고 부작용이 많은 전문약의 경우라면 어떠하겠는가?
신약(오리지널)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주성분을 생화학적으로 똑같이 복제한 약이 허용된다. ‘복제약’혹은 ‘제네릭’이라고 불리는 약이다. 초기 개발비가 없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보통 저렴하다.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완전히 똑같을 수도 있지만 일부 화학성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제네릭의 유효성과 안전성의 검증은 매번 논란이다. 어떤 약은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지더라도(같은 효과를 보이더라도) 그 효과는 최대 50%의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개개인 환자반응은 더 많은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마구잡이식 의대정원은 엄청난 혼란을 유발시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 학년에 두 배 이상 몰려버린 의대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질지 걱정이다. 이 잘못된 정책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성분명 강제처방’이 또 다른 탁상행정이 되지 않으려면 예측되는 부작용에 대해 의료계와 철저한 토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된 정책 강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 담당부처 책임자에게 철저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