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은 단순히 본사 주소지 변경을 넘어, 세계 2위의 환적항(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이 물류현장성 뿐만 아니라 해운경영과 해운비즈니스의 중심이 되는 가장 실효적인 해양수도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해운·항만 물류의 심장이자 북극항로시대를 여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관문이다. HMM 이전은 국가 해운산업의 전략적 거점을 공고히 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HMM의 현재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2016년 한진해운이 도산하면서 한국 해운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현대상선 또한 부실에 허덕이며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KDB산업은행을 앞세워 각각 4조1000억 원과 2조8000억 원이라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HMM을 회생시켰다. 공적자금으로 선대 확충과 구조조정을 단행한 끝에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에서 세계 8위까지 올라서는 성장을 이루어 냈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 홍해 해적 사태 등 예기치 못한 변수 속에서 운임이 급등했고, 이는 HMM의 흑자 전환을 이끌어 약 14조5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 유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회생 가능성이 낮다 여겨져 전환사채(CB) 형태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나, 상황의 반전은 한국 해운 역사상 보기 드문 ‘극적인 회생 서사’를 낳았다.
HMM의 현 상황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은 부산이전의 완성과 지분 구조다. 전환사채의 권리 행사로 인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의 지분은 2분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71.69% 에 이른다. 원래 정부 정책 기조는 일정 시점에서 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고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지만 HMM의 부산 이전을 앞둔 국제정세는 다른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글로벌 교역 축소라는 리스크로 이어진다.
정기선 해운은 선복의 공급과잉으로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완전 민영화를 실천한다는 것은 상당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보금을 상당기간 보유한 상태에서 경영안정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국제 교역 환경이 안정될 때까지는 국영기업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 이익을 지키는 길이다.
그러나 단순한 국영기업 유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간 투자자와 주주들의 신뢰 확보, 시장 친화적 경영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유보금 활용을 통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정부 지분 중 51% 정도만 계속 보유한다면 공기업으로서 경영안정성을 기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머지 지분 20%가량은 HMM이 보유한 14조5000억 원(2분기 말 공시기준)의 유보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소각함으로써 지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HMM은 공기업의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고,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민간 주주의 이익이 보호되고 투자 심리도 개선된다. 또 현금 유보를 통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재무 건전성을 달성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원한 약 4조1000억 원의 공적자금의 원금을 회수하고도 51% 지분 보유라는 수익을 올림으로써 사상 유래없는 공적자금 투입의 성공적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안정적 지배 구조와 재무 건전성이 갖추어졌을 때,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은 비로소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운 기업의 본거지가 된다.
부산항만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물류 기업 등과 HMM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부산은 동북아 물류 허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불어 부산·경남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