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구와 빛고을 광주 사이에는 없는 게 많다. 당장 항공편이 ‘0’이다. 김해공항에서 서울 제주는 가도 광주공항은 못 간다. 국회와 부산시가 부산~광주 직항 개설을 추진할 때마다 국적항공사들은 수요 부족을 이유로 손사래 쳤다.
동서를 연결하는 열차 역시 드물다. 부산발 광주행은 부전역에서 하루 4번 출발하는 무궁화호 완행이 전부다. 1905년 개통한 경전선이 아직 고속화가 안 된 탓에 부전~순천은 5시간 45분이나 걸린다. 부전~광주~목포행은 오전 6시 딱 한 편 출발한다. 운행시간은 KTX의 두 배인 6시간 43분. 부산 대구에서 KTX를 타고 광주로 가려면 충청도까지 가서 환승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서울 가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영호남은 아직 가깝고도 멀다.
광역 교통망이 남북으로만 발달한 원인은 수도권 집중이다. 지금도 서울행 고속도로·철도·항공편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탄핵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38조 원짜리 GTX(수도권 광역철도) 건설 계획을 내놨다가 ‘서울공화국’ 논란을 부채질했다. 반면 경전선은 아직도 리모델링 중이다. 10년 전부터 추진된 경남~전남 구간 복선화 사업은 속도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느리다. 부전~마산 복선화는 2020년 지하 터널 붕괴로 공정률 97.8%에서 5년째 멈췄다.
최근 영호남 숙원이던 달빛철도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철도는 대구~경남(함양 거창 합천)~전북(순창 남원 장수)~전남(담양)~광주를 연결하는 총연장 198.8㎞의 동서횡단철도다. 20년 전부터 추진된 남부권 균형발전의 핵심사업이 이제서야 궤도에 오른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달빛철도가 지나는 영호남 광역단체장들은 엊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범정부적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도 예비타당성조사라는 문턱에 걸려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빛철도와 경전선 복선화는 철길을 넘어 산업·인재·문화가 넘나드는 거대한 통로가 될 것이다. 서로 자주 만나야 망국병인 지역주의도 완화된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정책을 결정할 때 균형발전 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제도”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남부권 6개 시·도를 관통하는 달빛철도야말로 균형발전의 달빛 아닌가.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