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과 관련한 사전 브리핑이 진행됐다.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주요 내용을 기자단에 미리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보강방안에는 ‘세컨드 홈 세제 지원 대상을 현재 인구감소지역에서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비중 있게 담겼다. 세컨드 홈은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추가로 구입해 집이 2채가 돼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해 각종 세제혜택을 계속 부여하는 제도다. 여기에 인구감소관심지역이 추가된 것이다.
보강방안 자료에 담긴 내용만 보면 침체를 겪는 비수도권 건설·부동산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라졌다. ‘전국에 있는 인구감소관심지역 18곳 모두가 혜택을 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가 “인구감소관심지역 중 지방 광역시인 부산 중구·금정구 등 9곳은 제외된다”고 답변한 것이다. 지방 광역시가 빠진다는 내용은 공식 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도 인구감소지역 중 지방 광역시는 세컨드 홈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있는데, 정부는 인구감소관심지역과 관련해서도 지방 광역시를 똑같이 뺀 것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동구·서구·영도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중구·금정구가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의 ‘지방 광역시 제외’ 이유는 이렇다. 한마디로 농어촌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산 중구·금정구 등이 인구감소관심지역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광역시’ 안에 있는 지역인 만큼 세컨드 홈 세제 혜택 대상이 되면 부동산 투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지방 광역시는 지난해 1월 세컨드 홈 제도 발표 당시(인구감소지역)에도 그랬고 이번 건설투자 보강방안(인구감소관심지역)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구감소(관심)지역 지정 제도가 오히려 지역에 ‘굴레’가 돼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서 “인구감소지역 여행비의 50%(최대 20만 원)를 환급해주는 ‘지역사랑 휴가지원제’를 신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부산 동·서·영도구와 대구 남구·서구·군위군 등 지방 광역시 내 인구감소지역은 제외됐다. 역시 지역 낙후도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228개 시·군·구 중 고용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인구감소지역에 속한 부산 영도구(48.8%)다. 228곳 중 유일하게 50%를 밑돌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24년 출생 통계’를 봐도 역시 인구감소지역인 부산 중구의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65명으로 228곳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덜 낙후됐다’는 정부의 진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통계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제도의 도입 취지가 ‘인구감소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 차원의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근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도 성명을 내고 “부산 원도심 지역은 광역시임에도 수도권과는 전혀 다른 인구 감소와 주거환경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 과열 등을 이유로 세컨드 홈 특례 대상에서 (부산 등 지방 광역시를) 제외하는 것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몰락이 가져올 인구 위기의 심각한 현실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지역 균형발전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번 건설투자 보강방안이나 내년 예산안에도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 하지만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으면 허울뿐인 구호일 수밖에 없다.
이석주 세종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