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비교할 때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경제와 문화에서 차이가 크지만 극명한 것이 대학이다. 대학을 비교하는 많은 요소 중 입학 경쟁률이 간명하게 이를 보여준다. 해마다 큰 격차다. 올해도 그러했다. 지난주 마감한 부산 15개 대학 수시모집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6.32대 1로 집계됐다. 서울 주요대학 16곳의 평균 경쟁률은 21.2대 1이었다. 대부분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부산대만 두 자릿수였다. 사립대 8곳은 사실상 미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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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이 15일 오전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청사인 IM빌딩에서 청사 이전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이곳을 찾아 해수부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
지금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뜨겁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부 부처 한 곳이 특정한 도시로 옮긴 적은 없다. 세종시에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전했다. 참여정부 때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법무부 여성가족부를 제외하고 정부 부처 이전을 결정했다. 2020년 행정안전부를 끝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 이전도 추진된다.
막대한 이전 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세종시는 기대보다 발전 속도가 더디다. 이전 초기 2030년 인구 80만 명을 목표로 했다가 2022년 달성 연도를 10년 늦춘 2040년으로 수정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5월 2040년 인구를 78만 명으로 낮췄다. 현재 인구는 39만 여 명이다. 인구 증가율은 2018년 15%대였으나 2023년부터 1%대로 급감했다. 교육 인프라 부족으로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나간다. 본사가 세종시에 있는 대기업은 한화에너지(직원수 800명, 매출액 9000억 원)뿐이다.
이를 두고 자체 경제 기반이 약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권마저 침체돼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고 한다. ‘공무원과 아파트만 있다’는 자조적인 말이 그래서 나온다.
부산으로 눈을 돌리면 해수부 기능 강화가 뒤로 밀리면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정부·여당이 합의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해수부 권한 확대가 빠졌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이전을 마무리한 뒤 해수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부처 이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부처 기능 조정을 논의할 때 했어야지 어떤 계기로 뒤늦게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해수부 단독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논의할 시간을 얻기가 힘들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해양·물류 대기업 유치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HMM 부산 이전 논의가 거의 없다. 유치 시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과 457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정도다. HMM 육상노조가 이전에 찬성했다는 소식이 없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세부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대기업을 부산에 유치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부산 상황이 엄중하다. 부산에 있는 기업이라도 도약하도록 힘을 북돋아 주는 게 중요하다.
혁신과 비전으로 미래에 도전하는 부산 기업이 있다. 전기차 부품 생산에 3000억 원을 투자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배터리 사업에 승부를 건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거나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앱을 구축한 IT기업도 소중한 부산 기업이다. 전자는 전기차 캐즘과 원자재값·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후자의 경우 기술은 있는데 구매처가 없어 애를 태운다. 이럴 때 부산시가 나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국가 전략적 지원이 중요하지만 자생·자강 기업 육성이 부산 발전의 근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근본에 충실해야 체질이 튼튼하다.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차등전기요금제와 행정 통합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차등전기요금제는 전기를 많이 생산한 곳에 싸게 공급하자는 논리다. 발전소는 기피 대상이다. 하지만 전기는 원한다. 이런 모순은 전기 생산량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할 때 해결된다. 부산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전기가 남아 돈다. 전기료가 수도권보다 싸다면 굳이 땅값 비싸고 복잡한 수도권에 공장과 본사를 둘 필요가 없다. 어렵게 유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기업이 스스로 찾아온다.
행정 통합은 해양수도권을 육성하는 밑바탕이다. 부산 울산 경남이 따로 자생 방안을 찾는 것보다 하나로 뭉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효능감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서로 먹겠다고 다투다 남에게 뺏긴다. 죽 쑤어 개 줄 수 있다. 지금은 뭉쳐야 한다. 혼자 먹겠다고 덤비다간 셋 다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노자는 자기를 아는 자가 지혜롭고(自知者智·자지자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강하다(自勝者强·자승자강)고 했다. 동남권이 처지를 알고 스스로 힘을 기를 때 해양수도권이 가능하다. 외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많이 해도 자지(自知)와 자강(自强)이 없다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받을 것은 받고 기를 것은 기르는 지혜가 절실하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