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설립된 사법연수원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 법조인의 실무 능력을 키우는 곳이었다. 창설 초기 연수생은 30명 정도였다. 갈수록 원생수가 늘어 2000년대 중반 1000명에 달했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사와 검사로 임용됐다. 공부량이 많아 감옥에 비유된다. 하루 8시간씩 일주일간 치르는 시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연수생도 있었다. 2년간 동고동락하니 친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고려 1순위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2009년 로스쿨이 생겼고 2017년 제59회를 끝으로 사법시험은 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주재 대사에 사법연수원 동기(18기) 차지훈 변호사를 내정했다. 유엔 대사는 4강 대사와 함께 장관급 대우를 받는 핵심 외교관이다. 다자 외교 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해 외교활동을 벌인다. 엄중한 역할 때문에 주로 베테랑 외교관이 맡았다. 차 변호사는 미국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했고, 성남시 고문 변호사와 대법원 사법개혁위 전문위원을 거쳤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아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외교와 관련해 공개된 이력이 없다.
이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를 고위공무원에 많이 임명했다. 차 변호사가 일곱 번째라고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조원철 법체처장,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이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 동기는 총 297명으로, 수료생은 293명이었다고 한다. 이중 80명이 판사, 68명이 검사, 나머진 변호사였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민유숙 전 대법관이 이 대통령 연수원 동기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소신 발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도 동기 중 한 명이다. 앞으로 이 대통령의 선택을 받을 인사가 더 생길 가능성이 있다.
노자는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지지불태)”고 했다. 2년간 연수원에서 같이 자고 밥 먹고 공부했으니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것이다. 그 중에 일 잘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7명은 많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한 바 있다.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받았다. 나라꼴이 어떻게 됐는지는 이 대통령이 잘 안다. 편중된 인사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