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으로 돈과 인재와 기업이 집중되면서 다수의 국민에게 ‘지방은 뭐를 해도 안 돼!’라는 냉소적 인식이 고착됐다. 그 결과 지역 기업은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고, 육성된 석·박사급 지역인재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고 하면서 모두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방 도시로 청년 인재가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세 가지 측면에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다수 국민의 마음 속에 고정관념처럼 되어버린 ‘지방에 대한 절망’을 ‘지방에 대한 희망’으로 바꾸는 인식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 도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꿈을 키우고 지역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그 꿈의 실현 가능성을 믿도록 하는 ‘특별한 소재’가 있어야 한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산업화 시기의 지방 도시는 ‘산업화’ 그 자체가 꿈이자 현실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이후 30여 년간 우리나라 지방 도시의 꿈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썰물처럼 청년 인재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까지 역대 정부에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자했음에도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지방 도시에서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남부권 지방 도시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 ‘북극항로 개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지방소멸 대응책 가운데 가장 어려운 선결과제인 ‘지방 도시 부활의 꿈과 그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부산 중심의 ‘남부해양수도권’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제공해주고 있다. 조만간 국민 대다수가 ‘남부해양수도권’의 형성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변화는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둘째, 향후 국가균형발전은 ‘국토균형발전’ 중심의 지역산업정책에서 ‘국가인재균형’ 중심의 지역인재정책으로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다루는 정책입안자는 물론 연구자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 지방 도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에 매몰돼 있었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직주락’을 중심으로 하는 ‘인재클러스터’와 유사한 도시첨단산업단지나 연구개발특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MZ 세대 청년 인재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지역인재정책은 바로 지역에 인재를 이식하고 유치하고 육성하고 양성하고 집적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여타 정책과 연계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인재균형’의 관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생각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셋째 지방에 대한 지원방식을 수도권-비수도권 차등 지원방식에서 ‘수도권 거리비례 차등 지원 원칙’으로 하는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균형발전의 대부분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만 차등 지원하고, 비수도권 내에서는 균등지원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 결과 최근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은 준수도권 혹은 초광역수도권으로 변모하고, 대전 이하 지역의 사막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가 더 커지기 때문에 앞으로 지방소멸 대응책에는 ‘수도권 거리비례 차등 지원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남부해양수도권’이 형성돼 수도권과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느 정도 편편해질 때까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선결과제는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인식전환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전환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선결과제 중 가장 어려운 첫 번째 과제의 해결이 해수부 부산 이전 등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다행이다. 사실 첫 번째 과제에 비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는 상대적으로 식은 죽 먹기와 같다. 부디 하루빨리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3대 인식전환을 통해 다시금 ‘남부해양수도권’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길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