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의 최고 조망 장소인 부산 사하구 아미산전망대에서는 눈앞에 도요등과 백합등을 비롯해 아름다운 연안사주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 태백에서 발원해 장장 500㎞ 이상 흘러온 낙동강은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사이에 걸친 하구에서 남해와 만난다. 강과 바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이곳은 두 영역의 완충지대이자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최전선이다. 1000리 넘는 길을 달려온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기에 앞서 숨을 고르며 실어 온 진흙과 모래를 부려 놓은 모래섬이 연안사주다. 하구의 경관과 생태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금방 깨닫기 어렵지만 낙동강 하구 모래섬 지형은 조금 과장해서 자고 나면 바뀔 만큼 변화가 심하다.
실제 낙동강 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지형 변화가 가장 심한 곳으로 불린다. 진흙이나 모래처럼 낙동강이 실어 나르는 물질은 연간 10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방대한 퇴적물이 해마다 낙동강 하구 지형을 새로 그려낸다. 1916년 제작한 지형도에는 신호도 진우도 대마등 장자도가 새로 등장했다. 1955년에 백합등, 1986년 새등과 나무싯등, 1996년 도요등과 다대등이 탄생했다. 지금도 다대포 해안으로 새로운 사주가 형성되면서 하구 지형은 하루하루가 새롭다.
이런 낙동강 하구를 일컫는 표현은 하나둘이 아니다. 흔히 쓰이는 자연생태의 보고란 말과 함께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라는 오래된 수식어가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의 특성상 먹이 생물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환경은 철새 보금자리로 자리 잡는 밑바탕이 됐다.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는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를 망라해 140여 종에 달한다. 그런데 종류와 수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낙동강 하구를 찾는 대표적 여름 철새인 쇠제비갈매기 개체수는 특히 급감했다. 한때 동양 최대 쇠제비갈매기 번식지였던 신자도와 도요등을 꽉 채웠던 알과 새끼 새는 온데간데없다. 2009년 모니터링에서 7135마리가 발견돼 정점을 찍은 뒤로 지속해서 줄어 올해는 고작 성체 11마리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해수온 상승을 비롯한 기후변화로 치열해진 먹이 경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위기로 쇠제비갈매기가 고향을 잃고 소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 낙동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풍부한 동식물을 두고 ‘낙동강은 살아있다’고 말해왔다. 그런 낙동강 하구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이 되면서 해마다 찾던 쇠제비갈매기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