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가 해양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수도권-지방 간 불균형 해소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부처 이전을 넘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국가 전략과 대한민국의 지역 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처 이전이 곧바로 지역 균형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있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했다. 한국은행의 2023년 ‘지역경제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지역 고용에 일정 기여는 했지만, 대기업 본사와 금융, 연구개발이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격차 해소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부처 이전은 출발점일 뿐, 관련 산업 생태계와 인재 유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은 ‘극(極)’에 달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50.5%를 차지한다. 경제력 집중은 더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RDP)의 53%, 상장사 본사의 7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면 부산은 조선·항만·물류의 전통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1995년 380만 명에서 2023년 330만 명으로 줄었고, 지역 내 총생산도 전국 비중의 6%에 불과하다. 해양 관련 중앙행정 기능도 대부분 세종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일부 기관은 부산에 자리잡았으나, 정책 결정의 중심인 해수부는 여전히 세종에 남아 있었다.
해수부 이전 논의의 배경에는 ‘북극항로 시대’가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줄어들면서 러시아 북부를 따라가는 항로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는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약 30~40% 단축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를 보면 북극항로가 본격 상용화되면 부산항을 기점으로 한 물류망이 재편되며, 연간 물류비 절감 효과가 최대 6조 원에 이를 수 있다. 또한 LNG 희토류 등 전략물자 확보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부산은 북극항로 거점 항만, 국제 해사법제 연구소, 북극 협력센터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가 부산에 오면 이러한 전략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닌, 전략적 선택이다. 부산은 세계 6위, 환적 물량 기준 세계 2위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북아 물류의 관문이다. 부산은 해수부 이전을 단순한 행정기관 유치가 아닌, 지역 미래전략과 연결해야 한다. 해양 신산업(해양 에너지, 스마트 항만, 해양 바이오) 육성, 국제 협력 거점화, 청년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부산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부산이 해양수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지역 혁신 전략이 결합해야 하며, 부처 이전은 그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국가 해양 전략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시험하는 정책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 북극항로 시대 대비,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번 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북극의 관문’ 노르웨이 트롬쇠에 있는 극지연구 협력센터 강성호 센터장은 북극항로는 한국에게 단순한 수송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단언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 열강이 본격적인 북극항로 시대에 앞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만큼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로서, 경제적 가치는 물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북극항로 구축은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결정은 부산에 새로운 기회를 열었지만, 그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부산시와 지역 사회 전체의 몫이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