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강제 절수 명령이 발동됐다. 미국 건국 후 닥친 최악의 가뭄 때문이다. 야외에서 물청소를 하거나 공원 잔디밭에 물 주기가 금지됐다. 아예 축구장 1150개 규모 잔디밭을 인조잔디로 바꿨다. 댐과 저수지에 과학자들이 만든 플라스틱 공처럼 생긴 물 증발 방지 제품을 수십만 개 깔았다. ‘워터 캅(water cop)’이 순찰을 돌며 물 낭비를 단속했다. 캘리포니아 가뭄은 2011년 시작돼 2017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산불이 끊이지 않았다. 학계는 이처럼 장기간 지속하는 ‘메가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강릉 가뭄이 심각하다.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수도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강릉시장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후 사상 처음으로 가뭄으로 인한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전국 소방서에 급수차량 동원령을 내려 인근 속초에서 물을 실어 날랐다. 총 71대의 소방차가 동원됐다. 강릉은 1917년 6~8월 강수량 187.4㎜를 기록한 후 같은 기간 108년 만에 가장 적은 187.9㎜의 비가 내렸다. 김홍규 시장은 지난달 기우제까지 지냈다.
올 여름 전국이 극한호우에 시달렸는데 영동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을 때 건조해지는 푄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속초시는 잦은 가뭄에 대비해 지하댐을 건설했다. 낡은 상수관을 교체해 유수율(수돗물이 새지 않고 관에 남은 비율)을 59%에서 92%까지 끌어올렸다. 물이 남아 돌아 워터밤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 가뭄은 대비가 중요함을 일깨웠다.
이 대통령은 가뭄 근본대책 가운데 하나로 해수담수화를 제안했다. 물 부족을 겪는 국가들은 해수담수화시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이 선두권이다. 부산 기장군에는 2000억 원을 들여 지은 해수담수화시설이 있지만 10년 넘게 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방사능 오염 우려가 퍼지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부산시는 2030년부터 하수와 해수를 이곳에서 처리해 공업용수로 쓸 계획이다. 이 시설을 활용하는 ‘부산 해수담수화 실증시설 조성 사업’이 내년 국비 지원 대상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권장하고 기획재정부는 다르게 보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