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 문화·여가, 비즈니스 등 시민이 생활환경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요구하고 누리게 되는 과정은 시민에 의한 디자인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시민의 삶 속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누려야 하는 권리’를 획득하는 과정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산시와 공공부문이 우수디자인 요구와 수요를 촉발하고, 필요한 정책과 시스템 제도를 도입하며, 지역사회 디자이너들과 함께 실행하는 과정을 시민을 위한 디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7월 말 부산은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됐다. 부산을 방문한 세계디자인협회(WDO) 실사단은 부산의 역사 문화 환경의 정체성을 경험하고, 시민행복디자인 정책과 체계, 제도를 부산의 글로벌디자인 리더십으로 확인했다. WDO가 세계디자인수도를 2년마다 지정하는 것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으로 사회를 혁신하는 모델을 세계사회에 확산하며 기여하고자 함이다. 그것은 시민과 디자이너 등이 함께 사회구성원을 위한 사회서비스 환경 기반 제도 등을 지속가능하게 디자인하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은 공급자 중심의 공공부문 투자를 시민, 즉 수요자중심으로 전환되는 시간이 선행된다.
우선 시민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분절돼 있던 공공서비스 분야별 칸막이가 낮아지거나 없어지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리고 항상 시민의 요구와 다양하게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을 시민과 함께 모니터링하고 발견해, 사회가 공유하며 발전시켜야 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들로 디자인하는 일상과 연결될 것이다. 부산시민은 부산시, 디자이너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위해 디자인하는 삶을, 행복추구의 일상생활로 누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12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헬싱키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헬싱키의 목표는 ‘열린 헬싱키-삶 속의 디자인 내재화(Open Helsinki-Embedding Design in Life)’로 시민이 누리는 생활 전반에 디자인이 일상이 돼 도시와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550여 개의 프로젝트와 2800개의 이벤트가 진행됐으며 250만 명이 당시 방문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어 헬싱키는 2013~2016년 시민을 위한 디자인을 지속 가능한 제도로 연결하는 ‘Design Driven City’ 정책을 추진하며, 국가 차원의 핀란드 디자인정책을 선도했다. 이에 핀란드는 2013년 국가디자인 정책으로 ‘Design Finland Programme’을 도입하며, 국가 차원의 디자인 활용을 확장했다. 핀란드는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현재까지 8년 연속 1위 국가가 되고 있다. 지금도 헬싱키 시정 전반 23가지 유형의 디자인 혁신활동과 2016년 도입한 시 수석디자인책임(CDO) 제도, 그리고 헬싱키디자인시스템(HDS)은 세계사회에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특히 헬싱키디자인시스템은 오픈소스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공공부문의 디지털서비스의 접근성과 일관성을 높이며, 시민중심의 서비스모델을 개발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부산은 세계사회에 시민참여와 다양성을 포용해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부산디자인을 실증하고 제안해야 한다. WDO가 기대하는 8개 부문의 사회서비스 기반, 부산 16개 구·군 맞춤형 디자인 진단 및 정책개발 체계, 시민공감디자인단, 우리동네디자이너, 서비스디자인조례 등 디자인혁신제도들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일회성 행사·성과 창출이 아니라, 시민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한 부산디자인체계와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반면 부산시민은 공공부문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누리는 권리를 획득하는 여정을 진행해야 한다. 시민의 디자인 활용 역량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같은 예산을 사용하더라도 우리를 위한 최고의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공공부문의 후속적인 투자를 요구할 수 있어야 시민을 위한 최고의 디자인 창출노력이 멈추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여정은 부산시민으로부터 시작, 한국사회 구성원 모두가 우리를 위한 디자인을 요구하게 하는 시발점 역할을 제공할 것이다.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역할은 수도권에 약 70%가 집중하며 불균형하게 발전한 한국디자인산업을 수도권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국민을 위한 산업·사회혁신디자인 균형발전 생태계로 전환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을 위한 디자인산업으로서 한국의 모든 사회와 시민이 우수한 디자인을 누리며 균형발전하는 기회를 부산이 만들어야 한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위기를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한 부산의 역사와 역량으로,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디자인정책과 시스템들이 진행될 때, 우리나라와 세계사회가 함께하는 부산디자인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