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노란봉투법’에 이어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 소액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국회가 처리한 상법 개정안에 이은 ‘2차 상법 개정안’ 혹은 ‘더 센 상법’으로 불린다. 이날 표결은 국민의힘 불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이 주도했다. 재석 182명 가운데 찬성 180명 기권 2명이었다. 지난 24일 가결된 ‘노란봉투법’은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이었다. 이로써 민주당이 일방 추진한 5개 쟁점 법안(방송 3법, 노란봉투법, 상법) 처리가 일단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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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이라 불리는 상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에 의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달 간격의 두 차례 상법 개정이 작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를 당연시해온 대주주를 견제하고 일반 주주 권한을 향상시킨 건 의미가 있다.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 개인이 이사나 감사위원 선출에 비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투기 자본의 기업 사냥을 용이하게 만들어 심각한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경제 8단체가 모두 나서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를 걱정하며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이 법이 ‘노란봉투법’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바람에 기업이 받는 압박감은 훨씬 커졌다.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다단계 협업 체계인 기업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전부터 하청 노조 요구에 직면해 있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HD현대 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교섭을 촉구하는 상태다. 삼성전자 협력사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최근엔 문제해결 주체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관계사인 SK에코플랜트 협력사의 해고 노조원들로부터 부당해고 해결 압박을 받고 있다. 6개월 유예기간이 끝나면 이들 노조 주장은 명실상부 합법성을 갖게 된다. 주요 대기업은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투자 확대와 철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노조 문제는 이들에게 국내 사업장 축소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대 외투기업 중 하나인 한국GM은 이미 철수설이 불거졌다.
대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법이 정교하지 못하면 입법 취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과 쟁의 사유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잘못하면 기업은 기업대로, 하청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법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려면 배임죄 같은 처벌 규정도 함께 고쳐야 공평하다. 법의 명확성, 관련법과의 연계성 확보를 위해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