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처리를 지연시키더라도 24일엔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 대상에 기업의 경영 판단까지 포함시키고, 노조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야 할 부분도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여당에 힘을 실었다. 중소·중견·대기업을 아우르는 경제 6단체, 자동차·조선·철강·물류 등 업종별 전국 단체, 외국계 기업 단체까지 사실상 전 산업계가 법안 수정과 시행 유예를 요구하며 전례 없는 궐기에 나섰는데도 밀어붙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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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6단체와 업종별 전국 단체 회원들이 19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란봉투법 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2023년 현재 13.0%(273만 명)에 그친다. 노조의 82%(224만 명)가 공기업과 공공노조 중심의 한국노총(116만 명), 대기업·중견기업이 주축인 민주노총(108만 명)이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만큼 강경 투쟁수단을 쓸 수 있는 노조는 거의 이 양대 노총 소속이다. 이들은 강력한 세력화와 교섭력으로 곳곳에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는 소송까지 가 있다. 노조법 2조와 3조를 고쳐 파업 요건, 원청 책임, 손해배상 청구권 등을 현행보다 불리하게 바꾼 이후 상황을 사측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산업 특성상 협력업체가 수백곳, 많게는 수천 곳에 이르는 부산 울산 경남의 자동차, 자동차부품, 조선업계 등은 더욱 그렇다.
한국 기업은 이중고 삼중고에 처해 있다. 미국 관세 문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추가로 벌어질지 모르는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 놓여 있다. 1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물론이고 무려 50% 관세를 맞은 철강과 알루미늄 기업은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지 모른다. 석유화학 업계는 극심한 내수 부진에다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겹쳐 불과 몇 년 새 ‘직원 평균 연봉 1억 원 이상’은 옛말이 되고 최근엔 도산 위기에 몰렸다. 한미 합작이 성사돼 겨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조선업과 조선기자재 산업에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노동시장, 그 중에서도 제조업과 건설업은 원·하청 이중구조가 대부분이고 위험의 외주화, 임금 차별 등 불합리한 요소가 뿌리 깊은 게 사실이다. 노란봉투법이 왜곡된 노사 관계를 정상화 할 계기라는 평가도 일부 유효하다. 그러나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정도에 그친다고 하기에는 대내외 환경이 너무 안 좋다. 한국 기업 상당수는 더이상 국경 안에만 머무는 내수용이 아니다. 까딱 잘못하면 기왕에 쌓아올린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업별 산업별 노동시장 구조와 특성, 법 개정에 따른 중장기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고 신중하게 추진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