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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집단적 안전 보장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25-08-19 19:28:5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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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미국 영국 러시아가 각서를 체결했다. 이른바 부다페스트 각서다.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등 3국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미국 영국 러시아가 이들 국가의 독립, 영토 보전, 주권,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와 중국도 이와 유사한 약속을 별도 문서로 했다. 미국 등 5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각서가 효력이 있을 줄 알았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각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각서 문구가 애매하고, 국제법상 강제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는 등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어느 나라도 2014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이 때 경험이 러시아에게 자신감을 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각서 체결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이 문서가 제구실을 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이런 까닭에 어떤 국가의 서명이니 안보 보증이니 약속이니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모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알래스카 회담 후속 조처를 논의하는 자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설명하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 7명의 주요 유럽 정상급 인사가 참여했다.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집단적 안전 보장’이 논의됐다. NATO 규약 5조와 유사한 집단 방위 체제로 해석된다.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다른 회원국 공격으로 간주해 함께 대응한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안전 보장 언질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미국 무기의 대규모 구매와 실전 기술을 미군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의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 각서가 휴지조각이 된 사실을 잘 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믿을 만한 약속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최현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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