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영욕의 역사를 지녔다. 1948년 교통부 해운국과 상공부 수산국으로 출발했다. 1955년 강력한 해사기구가 필요해 상공부 외청인 해무청으로 독립한다. 이 때 조선 업무를 관장했다. 6년 만에 해무청은 폐지된다. 해양행정 업무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상공부 공업국에 조선과가 신설됐다. 이후 조선 업무는 지금까지 해수부로 편입되지 못했다. 1966년 농림수산부 외청으로 수산청이 신설된다. 1977년 해운항만청이 건설교통부 외청으로 거듭난다. 1996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가 발생했다. 해양 전담 부서가 없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부서별로 분산된 해양수산 업무 통합이 이뤄졌다. 해운항만청과 수산청, 건설교통부 수로국, 해난심판원을 통합해 ‘해양수산부’가 발족했다.
 |
| 전재수(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정부는 부처 효율화를 앞세웠다. 2008년 해수부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해양적 사고의 결여다. 5년간 해양수산 분야가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선거 기간 해수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 민심을 고려해 이전을 공언했다. 당선되면서 2013년 5년 만에 부활했다. 하지만 이전은 없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2014년 해수부 산하 해양경찰청이 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해경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역대 해수부 장관 대부분이 부산사람이다. 초대 신상우 장관을 시작으로 조정제 정상천 노무현 유삼남 허성관 최낙정 오거돈 김성진 윤진숙 유기준 김영춘 문성혁 조승환 전재수에 이르기까지 총 24명 중 15명이다. 해수부는 부산과 불가분의 관계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다. 연내 완료가 목표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해수부 이전은 분명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해수부 이전으로 해양강국이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해운·물류 대기업 유치와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끝내도 해양수도가 건설되는 건 아니다. 단순 이전으로는 효능감이 떨어진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해양수도권을 육성해야 가능하다. 이럴 때 저출산과 저성장 등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
해양수도 육성의 길은 북극항로 거점항구에서 찾아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해법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국가발전전략을 연구해온 석학이다. 북극 해빙 면적은 1980년보다 약 40% 감소했다. 연중 항해 가능 기간은 평균 6개월 이상으로 늘었다. 남방항로보다 30%가량 짧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는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한 지 오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게 북극항로 개척이다. 그 중심에 부산 울산 경남이 있다.
거점항구는 단순한 정박시설이 아니라 도시와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이는 종합 시스템이다. 스쳐 지나가는 항구라면 큰 의미가 없다. 부산과 함께 울산과 경남을 배후 산업도시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을 환적·스마트항만·관광 중심지로, 울산을 자동차·에너지저장·선박정비 기지로, 경남을 조선·항공·기계 산업 메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기초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 이를 올리는 시발점이 해수부 이전이다.
북극항로 거점항구로 부산을 키우려면 현재 정부조직법상 서열 18위인 해수부 위상으론 부족하다. 원래 해수부가 맡았던 조선 업무를 가져오는 것은 기본이다. 국토교통부 해양물류. 문화체육관광부 해양레저, 환경부 해상풍력, 교육부 해양대 업무까지 모두 해수부로 이관해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부산을 거점항구로 발전시킬 힘이 나온다.
전재수 장관도 이를 직시해 틈만 나면 기능 강화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한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를 발표하지 않고 대통령실로 넘겼다. 부처 업무 조정이 민감해서라고 한다. 북극항로 개척을 국가 신성장 전략으로 설정한 이재명 정부가 해수부 기능을 강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지 않을 땐 해양강국 건설은 한낱 구호에 그칠 뿐이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 개척에 우리가 개입하려면 미국 러시아와 합종을 주장한다. 북극항로 대부분이 러시아 연안이다. 동맹인 미국의 협력 없이는 러시아와 협상할 수 없다. 북극항로에 관심이 많은 미국도 러시아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러시아와 미국은 세계 최고인 한국 조선 역량을 원한다. 그래서 삼국합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극항로 개척에 이처럼 외교적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해수부에 해양안보 업무를 추가해야 하는 까닭이다. 거점항구 육성의 전제 조건은 부산 해양수도 건설과 울산 경남까지 아우르는 산업벨트 조성이다. 해양수도 육성의 중심에 해수부가 있다. 그 시작은 해수부 기능 강화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