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등을 지칭한다. 이곳은 석탄 철광석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군수산업이 발전한 곳이다. 러시아 국경지대라 친러세력이 강하다. 이들은 인민공화국을 세워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자 2014년 내전이 일어났다. 양측의 무력 충돌로 1만4000여 명이 사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서막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달리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지 않은 것은 계륵과 같기 때문이다. 러시아 근대화의 공업적 기반이었고, 소비에트인민공화국의 중공업 중심지였다. 하지만 1960년대 정점을 찍고 쇠락을 거듭했다. 낙후 산업도시를 영상으로 담을 때 촬영지로 각광받을 정도였다. 러시아가 점령해 운영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차라리 자치공화국으로 남겨 동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세력의 협상용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선언하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만났다. 두 정상은 전쟁이 일어난 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기대를 모았던 휴전 합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전체를 내놓는다면 평화협정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주 대부분을, 도네츠크주 4분의 3 정도를 점령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의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휴전설이 나돌 때마다 내놓은 전제 조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을 이끌어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푸틴의 강한 협상력에 트럼프가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푸틴은 레드카펫 환영을 받았지만 선물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적 제재는 발표되지 않았다. 진전 없이 푸틴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꼴이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푸틴 제안을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 전역이 공격받기 쉬워진다. 현 상태에서 전쟁이 끝나도 불만인데, 영토를 더 내놓으란 요구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받을 수 없는 카드다. 지구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