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아테라’라는 식중독이 있다. 열대나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유독성 어류를 섭취해 발생하는 자연독 식중독의 일종이다. 해조류나 산호초 등에 부착해 서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이 생성하는 독소인 ‘시구아톡신’이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에 축적되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시구아테라 식중독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무려 175가지나 된다고 한다. 구토 설사 복통 등 일반적인 식중독 증상은 물론, 차가운 것에 닿았을 때 감전된 듯하거나 뜨겁게 느껴지는 특이한 감각 이상 증상도 포함된다. 대부분 며칠 내에 회복되지만 수 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또 완치된 듯 보이다가 특정 식품을 섭취하면 재발하는 수도 있다. WHO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5만에서 50만 명이 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률이 아주 낮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과거에는 시구아테라 식중독이 주로 남태평양 인도양 카리브해 등 우리에게는 먼 나라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플랑크톤의 서식지가 북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아열대 기후권에 속하는 오키나와 지방에서는 예전부터 시구아테라 식중독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규슈와 혼슈 연안에서도 원인 플랑크톤이 발견되고 관련 식중독 사례까지 잇따라 발생,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해안과 동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시구아테라 원인 플랑크톤이 발견되고 있고, 시구아테라로 의심되는 식중독 사례도 2007년 이후 3건이나 보고됐다. 이는 시구아테라 식중독이 우리 곁에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러한 위협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독소(시구아톡신)가 축적된 물고기는 겉모습이나 맛 냄새 등으로는 일반 생선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독소는 조리과정에서 제거되지도 않으며, 중독 시 치료법 또한 제한적이다. 결국 유독 어종은 유통을 금지하고 소비자에게는 섭취를 피하도록 알리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조차도 어렵다. 유독 어종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장에서 어종별 독성과 유독성 플랑크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모니터링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는 잠재적 유독 어종의 식별과 그 지리적 분포 파악, 앞으로의 변동 예측 등에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물고기가 먹이를 통해 독소를 축적하는 경우 그 독성은 같은 어종이라도 지역 계절 개체 등에 따라 다르므로 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독소의 정밀분석에 꼭 필요한 표준독소가 세계적으로 희귀해 현재의 모니터링 방법에 한계는 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최선의 방법으로 감시하는 편이 낫다.
다음으로, 식중독이 발생하면 최소한의 정보는 얻어야 한다. 식중독 발생 시 정확한 진단과 원인 식품 확인은 피해 최소화와 추가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원인 및 역학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유사 사례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 관련 규정에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식품을 섭취 후 유사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원인 및 역학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고된 시구아테라 식중독 의심 사례 3건 중 2건은 1인이 중독된 경우였다. 만약 규정대로 2인 이상의 집단 식중독만 원인 조사를 진행한다면 유독 어종을 보다 일찍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구아테라와 같은 자연독으로 의심되는 식중독 사례에 있어서는 환자가 비록 1인 발생하더라도 원인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여름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7월 초에 이미 열대야가 나타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40도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뜨거운 날씨만큼 바다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시구아테라 식중독 위험성 역시 함께 증가한다. 아직 우리에게 낯선 식중독이지만 더 심각해지기 전에 면밀하고 체계적인 대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