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기후 재난 유감

산불 휩쓸고 지나간 자리, 극한 호우로 잇단 산사태

지진·폭염 등 더 잦아져…조만간 닥칠 재앙 예고편

김진식 정암학당 연구원·로마문학박사

  • 김진식 정암학당 연구원·로마문학박사
  •  |   입력 : 2025-08-06 18:54:4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을 미워한다. 아마도 하늘의 신은 인간들이 죄 많은 존재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인간의 원죄 이야기는 하늘의 불에서 시작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을 창조하면서 동물마다 제각기 하나씩 생존 기술을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줄 것이 모자라자 지상의 존재에게 금지된 불을 훔쳐다 주었는데, 이때부터 유피테르는 금지된 불을 훔쳐 쓰는 인간을 미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인간 세상이 마침내 불의로 가득 차고 정의의 여신마저 끝내 인간 세상을 버리고 나자 신의 미움과 분노를 돌이킬 여지가 하나도 남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죄 많은 인간은 유피테르에게서 수많은 벌을 받고 있다. 우선 그는 역병으로 인류를 무너뜨리고 삶의 희망을 빼앗기 위해 재앙의 항아리를 판도라로 하여금 열게 만들었다. 또 트로이아 전쟁이나 테바이 전쟁 등 인류가 서로 싸우다가 쓰러져가도록 인간들 사이에 전쟁을 일으켰다. 하늘의 신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걸 땅속에 숨겨놓고 열심히 땅을 파고 일구어 땀 흘려 수고하는 노동의 삶을 인간으로 하여금 살게도 하였다. 실낙원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의 삶도 벌이라면 벌이다.

대홍수는 신이 인류에게 내린 형벌들 가운데 하나다. 성경에 언급된 대홍수와 비슷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경건한 사람, 남녀 한 쌍을 제외하고 모두 물 속에 가라앉는 벌이었다. 몇날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긴 시간동안 비가 그치지 않았고, 그쳤을 때 모든 것은 물 아래 잠겨 있었다.

비가 그치고 여러 날을 망망대해에서 떠돌던 두 명의 생존자는 높은 산 꼭대기에 내렸고, 신전을 찾아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할지를 물었다.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지라는 말을 듣는다. 어머니는 대지이며, 어머니의 뼈는 돌멩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신의 지시를 자신들의 해석에 따라 실행했다. 참으로 남자가 던진 돌에서 남자들이, 여자가 던진 돌에서 여자들이 생겨나왔다. 그렇게 돌에서 다시 태어난 인류는 수많은 고통을 이겨낼 만큼 돌처럼 단단해졌다고 한다.

이후 가망이 없는 인류에게 형벌처럼 또 한번의 재앙이 닥친다. 이번엔 대화재였다. 태양의 신과 그 아들이 벌인 일이다. 태양의 신 아폴로는 아들 파이톤에게 태양의 전차를 맡긴다. 아폴로는 아들의 간절한 소원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을 사랑했다면 오히려 만류했어야 할 일을 덜컥 아들에게 맡기고 만다.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애송이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태양의 마차를 몰고 하늘을 오르는 말들은 그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단박에 알아버렸고, 그때부터 전차는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마구잡이로 달려나갔다. 당황한 청년에게 말을 통제할 힘도, 경륜도, 지혜도 없었다. 말들은 길을 멋대로 잡아 때로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길을 달리기도 하고, 때로 지구로 너무 가깝게 달리기도 하였다. 땅 위의 길을 달려가는 태양의 마차 때문에 강이며 바다는 말라버리고, 도시며 숲이며 탈 수 있는 모든 것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 대화재의 재앙을 간신히 면한 것들은 검게 불의 흔적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검게 탄 피부를 얻고 살아남긴 했지만 인간들에겐 마실 물이나 먹을 곡식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한없는 가뭄과 기근이 이어졌다.

이번 여름 억수같이 종일 비가 쏟아져 하늘이 뚫렸나 싶을 정도로 퍼붓고 나서는 불볕 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봄의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홍수진 빗물이 다시 한번 덮치며 산사태가 수도 없이 발생하더니, 이어 태양이 지구를 덮친 듯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은 으레 그런 법이라고 위안을 삼는 것도 웬만큼 일 때 이야기다. 수은주는 밤 깊은 저녁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인류가 저지른 죄 때문에 유피테르가 인류를 벌하려고 마련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하늘의 신이 준비한 형벌과 재난은 여기까지일까? 산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대지진으로 사람들이 쌓아올린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으며, 서로를 죽고 죽이고 굶주리게 하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화산이 폭발하고 해일이 크게 일어 도시로 밀려든다. 도시의 지반이 갑자기 무너지는 함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대지를 미친 듯이 할퀴고 다니는 태풍이 불고, 끔찍한 회오리바람에 마을과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것들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물과 바람의 재앙, 불과 땅의 재앙을 유피테르가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지 두렵다. 해가 갈수록 기후 재난의 강도는 더 커지고 그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인류가 매일 더욱 큰 죄를 쌓고 있는 때문이리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도청도설] if, 손아섭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8. 8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