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우리나라 대형 마트 3곳에서는 그 전해에 가장 많이 팔린 과일 통계를 내놓는다. 업체마다 순위에 들어가는 품목은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모든 곳의 매출 1위는 딸기가 차지했다. 특히 딸기는 2022년부터 줄곧 3곳에서 수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별다른 손질 없이 씻기만 하면 곧바로 먹을 수 있어 많은 소비자가 찾는 것으로 보인다. 딸기 다음으로는 사과 바나나 토마토 등이 매출 상위 목록에 올랐다.
시기를 여름으로 한정하면 수박과 복숭아 수요가 급증한다. 두 품목은 오래전부터 치열한 경쟁 관계를 형성했다. 통계를 보면 2020년 이전까지는 수박 매출이 복숭아를 앞섰다. 하지만 이후에는 사정이 바뀌었다. 복숭아가 수박을 누르고 인기 과일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수박 한 통 소비가 쉽지 않은 데다 껍데기 처리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한다.
무더위가 심한 여름에 수박이나 복숭아를 먹는 것은 소소한 행복일 수 있다. 근데 최근 폭염은 이를 방해한다. 불볕더위로 생육이 부진해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박 1통 소매가격(5일 기준)은 3만2427원이었다. 전월(2만4932원)과 전년 동기(2만8358원)보다 각각 30.1%, 14.4% 비싸다. 상품은 5만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금(金)수박’을 먹어야 할 판이다. 복숭아(10개)값은 2만2700원으로 전월(2만3636원)과 비교할 때 3.96% 내렸으나 전년 동기(1만6895원)보다는 34.3% 올랐다.
소비자는 여름 과일값이 뛰어도 너무 뛴 것이 아니냐며 혀를 내두른다. 지갑을 열기가 무섭다는 하소연도 한다. 궂은 날씨와 수요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수박 1통이 3만 원 이상이라면 구입을 꺼릴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요즘처럼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수박 등에 대한 할인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생육관리협의체 상시 운영을 통해 생육 상태도 살핀다. 하지만 정부가 날씨로 인한 생산량 저하까지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노릇이다 보니 수급 불안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의 노력에다 날씨의 도움이 더해져 부담 없이 수박 한 통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가뜩이나 짜증 나는 일이 많은 요즘엔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