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북극항로, 얼음 녹듯 흘려버린 ‘기회의 시간’

12년전 본지 시리즈 첫 조명, 정권·시장 바뀌면서 유야무야

중국은 벌써 수십차례 운항해…부산시·해수부만으론 역부족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5-08-04 18:35:1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북극항로는 이미 열려 있습니다. 중국이 제일 열심히 다니고 있고, 우리는 못 들어갈 뿐입니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 엄정하게 보면 지금도 많이 늦었습니다.” 기자가 해양 국책연구소 관계자에게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항 거점화 전략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듣기에 따라선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함께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북극항로 담론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여러 공공 민간 전문가들이 비슷한 견해를 가진 걸 확인하고는 한번 더 놀랐다.

북극해에 대한 관심을 정부 차원에서 처음 언급한 건 이명박 정부다. 이후 한국은 북극이사회(AC) 회원국엔 끼지 못해도 중국 일본 등과 나란히 정식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 본지의 ‘부산항 제3의 개항-북극항로 리포트’ 기획시리즈가 보도된 게 이 무렵이다. 2013년 3월부터 8회에 걸쳐 십수년 내 열릴 북극항로의 기회와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우리는 북극 인접국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보다 훨씬 늦었으나 지금이라도 뛰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국회가 움직이고 부산시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4선이었던 서병수 의원은 북극항로포럼을 조직해 본지 기자를 토론회에 초청했다. 박정희 정부 초대 경제2수석비서관을 지낸 한국 조선업의 대부,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이런 보도를 해줘 고맙다”며 한참동안 기자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고 들었다. 당시 81세였던 그는 심포지엄에서 해양기술상의 여러 난점이 거론되자 “선배들이 난관 앞에 물러섰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박근혜 정부에서도,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서도 북극항로 어젠다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각 정권이 이명박 정부의 이니셔티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코로나19 사태와 정치적 격변이 연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산시도 다르지 않았다. 허남식 시장이 부산발전연구원에 북극연구센터를 만들고,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 당선 후 한동안 관심을 보이는가 했으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 센터마저 오거돈 시장 때 폐지됐다. 부산시정에서 북극항로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시장이나 민주당 시장 모두 북극항로를 밀고 가지 못한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이 문제가 부산시 개별 차원에서 접근하기엔 역부족이다. 국제협력, 조선, 항만개발, 항로 상에 위치할 국내 지자체간 조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해수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간 역할 정리는 논의 초기부터 강조됐었다. “중앙정부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부산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12년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의 제언이자 본지 시리즈가 내린 결론이었다.

정부가 미온적이면 부산시라도 계속 보챘어야 하는데 이마저 안 됐다. 단체장으로선 치적으로 내세우기 좋고 주목도가 높은 신공항이나 엑스포 같은 사업이, 씨 뿌리는 사람과 열매 거둘 사람이 다른 장기 프로젝트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단체장 한 사람의 혜안과 비전에 도시 운명이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최근에야 북극항로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용역을 발주하느라 분주하다. 꺼져가던 북극항로 불씨를 다시 살려낸 게 이재명 대통령이니 박형준 시장으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다. 한편에선 북극항로 주무부처인 해수부의 전재수 장관이 차기 부산시장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 개척은 부산시만으로도, 해수부만으로도 불가능하다. 박 시장이나 전 장관에 더해 정부 전 부처의 협력이 강조되는 이유다. 정부가 해수부 단독 과제로 이를 넘긴다면 훗날 북극항로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대선용 구호로 소비했다는 평가만 낳을 것이다.

부산항 개항 149년만에 처음으로 부산의 지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일깨운 게 북극항로다. 부산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거리(1만2700㎞)는 동북아 경쟁 항만인 요코하마(1만3523㎞)나 상하이(1만4875㎞)보다 훨씬 짧다. 조선·조선기자재·선박 수리 인프라, 항만 규모와 글로벌 인지도, 인력 양성 시스템 등에서 부산을 능가하는 곳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거의 없다.

정부의 외면과 부산시의 무기력이 십수년 지속되는 동안 북극 얼음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한국과 함께 북극이사회 옵서버국이던 중국은 그 사이 상하이를 기점으로 50여 차례 북극항로를 다녀왔다. 부산항의 북극항로 거점화는 12년 전에도 늦었고 지금도 늦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한 강제 개항, 산업화에 따른 정책 개항에 이어 북극으로 향하는 세번째 개항은 우리나라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이 역사의 순간을 잡느냐 마느냐는 오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강필희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4. 4‘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5. 5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6. 6[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7. 7[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강신철 “병역특례 점진적 축소, 궁극적 폐지가 국방부 목표”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8. 8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10. 10보스턴다이내믹스, 글로벌 AI 전문가 CEO로 영입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7. 7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8. 8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9. 9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0. 10“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