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지난 주말 서울에 가서 유명한 여행지인 북촌과 그 일대를 혼자 돌아보았다. 삼청동 계동 가회동 안국동 인사동 익선동과 종로3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 아니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세월의 더께를 음미하며 나그네처럼 걷고 또 걸었다. 더워서 자주 지쳤지만, 아주 좋은 여행이었다. 끝없이 밀려드는 외국인 여행객 행렬도 인상 깊었다. 나그네의 천국 같았다.

배가 고팠다. 점심은 종로3가에서 먹기로 했다. 전날 삼청동 두부 식당에서 그랬는데, 이날 종로3가 순댓국집에서도 특유의 분위기를 느꼈다. 혼자 온 손님에게 ‘당신 혼자냐’ 하는 식의 눈치를 주지 않았다. 혼자 들어서는 손님이나, 혼자 온 손님을 맞는 직원이나 자연스럽게 응대하고 주문했다. 이걸 번잡한 관광지 특유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대도시 번화가의 개인 존중 분위기라고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마음 편하게 밥을 먹었다.

얼마 전 ‘전남 여수시 유명한 관광지 식당에서 홀로 찾아온 손님을 홀대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관광 도시이며 거대도시인 부산에서도 이 사건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반응과 의견을 나름대로 살펴보니, 다수가 해당 식당을 비판했다. 혼자 왔지만 식당 매상에 신경 써가며 음식 2인분을 시켜 먹던 손님을 그렇게 홀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식당 측에 그렇게 행동한 사유나 사연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더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서는 그런 의견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딱 하나만 말해두고 싶다. 혼자 식당에 갔는데 거절당하면, 서럽다. 이게 핵심이다. ‘혼자 식당 가서 4인용 테이블을 다 차지하고 1인분 밥을 먹으면 해당 식당 매상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참 미안한 마음’이라고 평소에 깊이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식당에 갔는데 혼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면, 서럽다. 저 집, 잘 되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뒤이어 화도 난다.

식당 측에 필요한 마음은 딱 한 가지다. 홀로 오는 손님을 ‘배고픈 나그네’로 여기는 마음이다. 혼자 온 손님을 돌려보내는 순간일지라도, ‘배고픈 나그네, 지친 길손’이 밥 못 먹고 돌아서 간다는 안타까움을 느끼십사 당부한다. 매출에 방해되는 성가신 존재로 폄하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이 문제는 못 푼다. 나 홀로 여행객이 더욱 늘어날 것은 부산이라고 다를 바 없다. ‘배고픈 나그네’를 생각하는 마음에 바탕을 둔 관련 대책을 부산 관광 당국이 다듬어야 한다.

조봉권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