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필수의료, 공공시스템만으로 완벽할까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   입력 : 2025-08-03 19:01:4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베라파밀’이라는 약이 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부정맥을 치료할 때 우선순위가 높은, 소위 필수약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약이 품절돼 처방할 수 없었다. 실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공급이 중단된 상태였고, 그동안은 재고로 버텨왔던 것이다.

베라파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성 알레르기 환자에게 사용하는 페니라민 주사제도 공급이 불안정해, 수시로 구할 수 있는 회사 제품으로 바꿔 처방해야 한다.

거래 규모가 크고 협상력이 있는 대학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의원급에서는 아예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품절을 넘어 아예 허가를 취소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약품들도 많다. 올해 1월에만 229개 품목이 허가를 취하했다.

응급 상황에서 기도에 튜브를 삽관할 때 사용하는 에토미데이트 주사제도 오는 11월부터 공급 중단이 예고됐다. 에토미데이트는 혈압이나 뇌압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서 상태가 불안정한 중환자를 치료할 때 매우 유용한 약제다. 에토미데이트가 최근에 마약류로 지정된 것이 계기인데, 결국 마약류 관리에 요구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프로포폴을 대신 사용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은 혈압을 심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약을 선택하는 것이 의료의 기본인데, 과연 식약처에 이 인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약값은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그런데 회사와 직원 사이의 ‘연봉 협상’을 한다고 할 때 대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약학정보원 홈페이지에서 베라파밀 주사제의 약가 이력을 검색해보면, 2017년에 740원이던 것이 2024년에는 700원으로 오히려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9860원으로 52% 올랐다.

페니라민 주사제는 2017년에 147원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무균 상태에서 엄밀한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주사제가 이런 가격에 공급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지금은 베라파밀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으로, 원래는 수요가 적어 국내 공급망이 형성되기 어려운 희귀약을 공급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흔히 사용해야 할 약조차 시장에서 철수하자, 센터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센터가 공급하는 베라파밀 주사제의 가격은 4850원으로, 공급 중단 직전 가격의 7배에 달한다. 게다가 센터 공급 의약품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필수 의약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조혈관, 생체검사용 도관, 내시경 담석 제거술용 바스켓 등 치료재료도 공급이 중단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제는 의료계 전문지를 넘어 주요 일간지에도 실리고 있다. 중증·응급 진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는 장기간 지속된 수가 통제로 인해 비급여 영역과의 격차가 누적된 결과다.

필수의료는 민간에 맡겨둘 수 없고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2022년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의료기관 지역외상센터 지역암센터 등 광범위한 필수의료 기관들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했다. 민간은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베라파밀 주사제의 사례에서 보듯, 민간이 하던 일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공공 시스템이 대체했을 때, 그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민간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가격을 통제하고, 공공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를 대신 떠안는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5. 5[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6. 6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10. 10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6. 6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7. 7‘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8. 8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9. 9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10. 10북한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력시위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3. 3‘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4. 4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5. 5'부캉이 오기 전' 부산 2분기 인구감소지역 체류인구 5% 증가
  6. 6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7. 7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8. 8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9. 9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10. 10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5. 5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6. 6‘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7. 7‘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8. 8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9. 9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10. 10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