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은 국가 비전의 무게중심을 해양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육지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을 넘어서려는 흐름은, 기후위기와 생태적 재앙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실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에서 가장 개방적인 해양 도시이자, 동북아의 해양 관문으로서 부산은 산업과 물류를 넘어, 해양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미래형 해양도시로의 도약이 요구되고 있다.
그 전환의 중심축으로서 해양디자인을 적용한 한국형 바다미술관의 도입은 시의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다미술관은 단순한 조형물 전시 공간을 넘어선다. 해양 생태계 복원, 디지털 기술의 현장 적용, 시민참여 기반의 환경 감수성 증진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융합형 플랫폼으로 구상돼야 한다. 특히, 생태적 기능과 예술적 의미, 기술적 구현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기획될 때, 비로소 21세기 해양도시 부산이 지향해야 할 도시 미래의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다.
수중 조형물은 그 자체로 조형예술의 가치를 지니지만, 동시에 인공어초로서의 생태기능을 내포한다. 해조류와 생물이 부착될 수 있도록 설계된 조형물은 해양 생태계의 서식처 역할을 수행하며, 수온 상승과 백화현상 등으로 피폐해진 부산 연안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 문양이나 바다신앙 등을 모티프로 디자인될 경우, 지역성과 상징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복합적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속은 빛이 닿지 않는 공간이며, 특히 부산 해역은 탁도가 높아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이런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LED 기반 조명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 수중조형물에 내장된 조명은 해양 생물의 접근에 따라 반응하는 생태형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으며, 관람객은 수중드론 또는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의 현장 적용은 한국이 이미 보유한 디지털 역량을 해양관광 분야로 확장하는 주요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수중디자인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여는 기반이 된다.
해외의 대표적 사례로는 멕시코 칸쿤의 해저 무사박물관(MUSA)이 있다. 이곳은 수백 개의 인체 조형물을 바다 밑에 설치해 산호 서식처로 활용하고, 관광객의 체험 공간으로도 개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생태 복원과 관광 콘텐츠의 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단순한 벤치마킹을 넘어, 한국형 해양디자인을 접목한 고유의 바다미술관을 구현해야 한다. 지역 어민과 협업해 조형물에 어업문화나 생활양식을 반영하거나, 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예술작품을 도입함으로써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바다미술관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환경 경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관람객이 해저에 내려가 조형물 주변에 버려진 해양쓰레기와 폐플라스틱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예술 감상의 차원을 넘어선 환경 인식의 전환점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민원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정책 개선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사안이며, 관람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민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구조가 형성될 때 지속가능한 해양정화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바다미술관은 문화콘텐츠 생태복원 기술융합 시민참여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기획돼야 하며, 이는 도시 인프라 차원의 단일시설이 아니라 도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해석돼야 한다. 부산이 바다를 다시 품는 방식은 이제 단순한 개발이 아닌 ‘존중과 복원, 창조와 소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해양수도 부산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장치이자, 미래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새로운 해양유산이 될 것이다. 해양을 향한 상상력, 그리고 기술과 예술을 매개로 한 실천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