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교수로 일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에 발탁된 김연철 전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 때문이었다. “군복 입고 쇼나 한다.” 2015년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군복 차림으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하자, 김 전 장관이 사진과 함께 올린 논평 일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사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는 “감염된 좀비”라 했다. 대학교수라고 믿기 힘들만큼 정제되지 않은 표현에 사람들은 놀랐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평소 장관 후보자가 되리라고 예상 못했느냐”는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는 공기업 임원이 임명장을 받고 출근한 첫날 전산 직원으로부터 제일 먼저 들은 주의사항이 SNS였다. 국내외 어떤 플랫폼도 보안 수준을 믿어선 안 된다며 사적이든 공적이든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더라는 것이다. “그 시절 한 말들이 돌아와 저를 치고 있다.” 누구보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스타가 됐다가 부메랑을 맞았던 조국 전 장관의 후회는 고위 공직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곱씹을 만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취임한 최동석 처장의 막말 파문이 본인의 사과에도 쉬 가라앉지 않는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비롯해 방송 SNS 저서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의 발언들이 진원이다. 문 전 대통령을 놓고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 멍청한 인간”이라고 하는가 하면, “김문수를 찍은 40% 국민은 우매” “이준석을 지지하는 2030은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 등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70세 넘으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도 했는데 본인은 1956년생으로 올해 만 69세다. “공무원 윤리와 복무를 관장하는 부처의 장에 적합한 사람이냐”는 문제제기는 야당의 것만은 아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험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에 좋은 게 들어 있을 리 없다. 요즘엔 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녹취되거나 문서화되거나 심지어 영상으로 남는다. 불특정 다수를 의식하며 온라인 매체에 마음껏 글을 쓰거나 말을 뱉으면 배설의 쾌감은 있을지 모른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언행은 조회수를 올리는데 용이하고 수익으로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훗날을 생각 않은 채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도 문제고, 이런 이를 걸러내지 않고 공직에 임용하는 건 더 문제다. 디지털 세계에 망각이란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