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3년부터 부산의 원도심과 산복도로를 매일같이 연구하고 답사하며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부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다보다는 부‘산(山)’, 즉 부산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을 둘러싼 산복도로에 더 머물러 있긴 했지만, 부산을 이야기할 때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에도 분명 공감을 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논의가 뜨겁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취임 후 첫 지시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었고, 대통령의 ‘신속한 이전’ 지시에 따라 7월 11일 임시청사가 필자의 고향과 같은 동구로 확정되었다는 기사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바다와 함께하고 있는 도시 부산의 새로운 발전 기회이자 행정기능의 이동을 넘어 경제와 관광, 그리고 부산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적 결단이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인 항만도시이자 수산업 거점이며, 2013년 조성된 영도 동삼혁신지구는 해양관련 14개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 탄탄한 해양클러스터이다.
동삼혁신지구의 연구경험과 기술에 해수부의 정책을 만드는 힘이 더해진다면, 연구 결과가 다시 정책이 되고 실제 산업화까지 이어진다면, 모든 것이 서로 어우러진 해양산업의 순환구조가 완성될 것이다. 또한 해수부 이전은 부산 원도심과 영도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소멸에 직면하고 있는 이 지역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해수부의 이전을 통해 ‘부산형 해양클러스터’가 완성된다면, 부산이 싱가포르 로테르담 같은 세계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국가균형발전과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선도적 모델이자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해수부 이전은 분명 부산을 세계적 해양수도로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해양수도로 나아갈 부산을 알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또 다른 축은 관광이라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즉 해양산업만으로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수도로 만들기는 어렵다. 해수부 이전으로 더욱 정교한 해양클러스터가 완성된다면, 이를 부산의 관광 콘텐츠와 결합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몇 가지를 제안하자면 부산의 해양자원과 근현대 삶과 역사의 보고인 원도심과 산복도로를 연계해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관광모델을 구축했으면 한다. ‘산복도로’에 올라 ‘산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부산다운 모습이라고 필자는 늘 말해왔다. 바다를 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부산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 다른 도시에서 만나기 힘든 산복도로의 독특한 풍경과 역사를 바다와 연결한 스토리텔링과 체험으로 풀어낸다면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정서적 울림을 줄 것이다. 부산항 개항 이후 해역에 산재한 근현대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해역인문역사투어는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해양 레포츠와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에 지역만의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요트투어와 서핑 등은 이미 인기가 높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에 지역적 특색이 더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완성된 도시와, 역사와, 인문과, 바다를 하나로 묶는 복합콘텐츠는 타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하고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모든 발전과 도약은 환경적 균형과 지속가능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한가지 예로 철새도래지이자 생태의 보고이며 보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하구의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어촌체험이나 생태 관광은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다.
필자가 바라보던 부산의 바다는 늘 부‘산’의 시각에서 잠시 내려다보는, 잠시 스쳐가는 바다였지만 이제 그 바다가 시각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을 향한 시선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지키고자 했던 각고의 노력 위로 바다가 들어오고 있다. 그 바다는 ‘유희의 부산바다’가 아닌 부산 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연결된 ‘재발견된 부산바다’다.
바다를 중심으로 우리가 지켜내고 가꾸어야 할 부산의 미래는 산업과 경제의 발전만이 아니라, 산과 바다가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역사적 흔적들이 어우러진 진정한 ‘부산다움’의 회복과 확장에 있다. 바다와 산이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부산의 새로운 이야기. 그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 될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부산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