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경남 충남 등지에 내린 집중호우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 특히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는 무려 798㎜ 폭우가 쏟아졌다. 단 5일 만에 연 강수량(1556.2㎜) 절반 이상이 내린 것이다. 전국의 사망 또는 실종자가 26명인데 이중 14명이 산청에서 나올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 기간 경남 합천군 회양면에는 712.5㎜, 하동군 옥종면에는 661㎜가 집중됐고, 충남 서산(578.3㎜) 전남 담양(552.5㎜) 등에도 600㎜ 가까운 비가 내렸다. 이번 비로 축구장 3만4000개 크기 농경지가 침수되고, 이재민은 전국 14개 시·도 86개 시·군에서 1만3000여 명이나 발생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또다시 물에 잠기는 등 문화유산 피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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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연합뉴스 |
이번 폭우의 인명 사고가 산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해 대부분은 지난 19일 새벽부터 오후 1시 사이 산청읍 일대에 발생한 산 사태와 토사 유출 때문이었다. 산청엔 이날 하루만 283.8㎜의 비가 퍼부었다. 이틀 전 289㎜가 내려 땅이 물러져 있는데 또 폭우가 쏟아지자 지반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산청군은 이날 사상 초유의 군민 전원 대피령을 발령했으나 갑작스러운 재난엔 속수무책이었다. 산청은 올 봄 대형 산불에 이미 4명이나 희생됐다. 방재 행정 손길이 속속들이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다.
기상청은 2년 전 호우 기준을 새로 만들어 발표했다. 바로 ‘극한호우’ 개념이다.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비,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비를 극한호우로 분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이상 강수 패턴이 잦아진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극한호우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보다 빠른 빈도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집중호우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에도 충청과 전북 등지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부산 역시 지난달 14일 새벽 시간당 61.2㎜의 비로 6월 시간당 최고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1970, 80년대에는 극한호우로 분류되는 강도의 비가 연 1회도 되지 않았지만, 2020년 이후로는 연 2회 수준으로 배 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은 통계로 확인된다.
100년 빈도 극한호우는 잦아지는데 하천이나 하수도 용량은 대부분 30년이나 50년 빈도에 머물러 있다. 이러니 괴물호우를 감당하지 못해 강이 범람하고 도시가 침수되는 것이다.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치수 인프라를 한꺼번에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기상 현실은 지금 서둘러도 늦다고 할 정도로 심대하고 다급하다. 호우를 견뎌낼 수 있는 댐 확충이나 정비, 도시 배수 및 저류시설 확대가 국정과 행정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단발성 치적 쌓기 보다 몇 배나 중요한 일이다. 최대한 신속한 복구로 피해 주민의 시름을 덜어줘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