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만년 하위팀이었다. 2023, 2024년 모두 7위를 기록했다. 자이언츠는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밑에서 맴돌고 있다. 2017년 가을야구한 뒤 감감무소식이다. 봄에만 잘해 ‘봄데’로 불렸다. 올해는 다르다.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BNK썸 여자프로농구단은 꼴찌에서 챔피언이 된 드라마다. 그것도 1년 만이다. 기적과 같다. 올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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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가 포수 유강남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은 대한민국 제2도시 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위상이 추락 중이다. 1995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325만 명(외국인 제외)이다. 30년 만에 63만 명이 감소했다. 서울 경기도에 이어 3위다. 이마저도 조만간 경남과 인천에 추월 당할 판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 3161만 원으로 전국 광역단체 중 14위다. 1인당 지역총소득은 16위다.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갔다. 부산 발전 해법을 두 프로구단 사례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롯데 선전 이유로 감독 용병술이 꼽힌다.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다른 선수로 잘 메웠다.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는 주전 못지 않게 활약했다. 이가 없었지만 잇몸으로 때웠다.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주전은 분발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했다간 2군행이었다. 밀리지 않기 위해 힘을 내야 했다. 상승 효과가 났다. 감독 못지 않게 든든한 팬이 버팀목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열정적인 팬이다.
BNK썸 농구단은 구단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부산 출신 우승 제조기 박혜진과 리그 득점왕 출신 김소니아 선수 영입이 원동력이 됐다. 우승을 해본 선수가 중요하다.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박정은 감독의 리더십도 우승 요인으로 꼽힌다.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세심한 ‘언니 리더십’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두 팀의 공통분모는 리더십이다. 시장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형준 시장은 재선에 이어 내년 3선을 노린다. 박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합리적이면서 국제·문화적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치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판하는 사람은 “박 시장이 한 게 뭐 있노”라고 말한다. 이럴 때 박 시장은 각종 지표를 보라고 한다.
투자 유치 규모 14조 원(취임 전과 비교해 22배 증가) 달성, 일자리 1만 6000개 창출, 청년 고용률(46.6%) 역대 최고, 외국인 관광객 최단 기간 100만 명 돌파, 공원 면적 시민공원 27배 규모로 확대,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글로벌스마트센터 지수 12위, 한국 아동 삶의 질 1위 등) 등을 꼽는다.
문제는 체감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는 말이다. 월드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엑스포 실패 후 올인하다시피 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이전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덕도신공항은 현대건설의 이해할 수 없는 중도 포기로 지연되고 있다. 이런 것은 눈에 잘 보인다.
박 시장이 한 것 중 눈에 보이는 것도 있다. 철도 지하화 사업, 대저·엄궁·장낙대교 건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등 장기 표류 사업을 풀었다. 최근에는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금 부산서 가장 핫한 이슈는 해양수산부 이전이다. 그런데 이건 이재명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공약이다. HMM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 건설이라는 과제는 진행형이다. 박 시장이 정치력과 추진력을 발휘해 실현한다면 재임 중 가장 큰 성과로 남을 게 확실하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부산이 갑자기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의지 못지 않게 자생적 발전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책무가 부산시에 있다. 수준 높은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다층적 접근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있던 기업이 수도권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
프랑스는 르네 데카르트의 이름을 딴 ‘데카르트 계획’으로 균형발전을 이룩했다. 리옹 마르세유 릴 툴루즈 보르도 낭트 등 8개 도시를 ‘메트로폴 데퀼리브르’(균형대도시)로 지정했다. 파리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춘 거점도시로 육성했다.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을 동시에 펼친 게 주효했다. DATAR(국토개발청)를 설치해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했다. 부산 발전은 혼자선 힘들다. 정부 정책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자이언츠 야구단과 썸 농구단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희망고문을 당한 시민에게 큰 위안이다. 시민이 동참해야 부산 발전도 가능하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