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부산’을 선포한 지 25주년이 되었지만, 부산은 여전히 ‘잠재된 해양허브’에 머물러 있다. 세계 2위의 환적항만, 세계 1위의 조선산업 벨트, 세계 10위의 해양도시(2024년 Menon 보고서)라는 객관적 수치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아파트’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해양수도특별법, 해양금융중심지 조성, 해사법원 설립 등 해양수도를 실현하고자 하는 각종 정책은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산 출신 김영삼 정권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하게 된 해양수산부 역시 신설 후 30년이 지났지만 정권마다 존폐 위기에 시달리며, 폐지와 부활을 거치다 국가예산 1% 미만의 부처에 그치고 있다.
현 정권이 해수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설립, HMM 본사 이전을 한꺼번에 대선공약으로 채택하고 정부 출범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이전을 지시한 것은 해양수도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 공약들은 부산을 해양경제의 중심으로 재도약시키기 위한 기폭제를 한꺼번에 모아놓은 것이다.
해양수도특별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와 해양정책의 소관이 해수부라는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해사법원 설립과 해양금융중심지 조성은 대형 해운회사의 본사가 서울에 있다는 이유와 지역간 유치경쟁을 벌이는 사이에 25년이 흘러버렸다. 해운회사의 본사가 세계적인 해양도시 부산에 소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모든 산업과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외가 되어 있다.
공약 하나하나가 그동안 우리 부산 시민이 희망하던 해양수도에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지만, 한꺼번에 주장하기가 어려운 과제들이었는데 이번에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공약으로 채택된 것은 부산이 안고 있는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해수부 이전은 해양행정·해양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산업정책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사법원은 연간 8조 원 규모의 런던의 해사법률시장의 일부를 부산으로 이동시키고 해양거래시장을 부산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HMM 부산 이전은 해운·금융·보험 등 연관 산업을 부산에서 활성화하고 해사법원의 조기 정착을 통해 갈수록 급증하는 청년의 역외 유출을 막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흡인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부산시는 해수부와 HMM 이전이 가장 빠르고 완전하게 성사되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청사 건립에 시간이 걸려서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빠른 이전을 위해서는 이미 부지가 확보된 북항재개발구역에 용도를 변경해서라도 해수부를 신속하게 이전해야 한다. 필요하면 부산 동구 국제여객터미널의 컨벤션센터와 마리나 건물을 당장 이용해서 청사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중앙동의 해운사·영도의 해양공공기관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해양클러스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HMM의 이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 지분이 77%가 넘는 이 시점에 이전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해수부와 HMM의 이전은 해수부의 기능과 HMM의 기능이 온전히 부산에서 이루어져서 해양수도를 완성하기 위한 초석이 되라는 의미이므로 지방해양수산청을 제외한 본부와 소속기관, 산하기관 전체와 HMM 본사의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이전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특목고 확대·의대와 로스쿨 등에 지역균형선발 확대로 이주하는 공무원·임직원 가족의 가장 큰 애로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아파트 공급 특례 조치 등 주거 안정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도 부산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자 글로벌 해양강국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정부와 부산시의 협력, 현장 중심의 정책 실행이 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