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세종대왕의 인사 철학은 장점을 살리는 데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장점을 키워 단점을 극복하려고 했다. 이렇게 인사한 대표적 인물이 황희 정승이다. 그는 뇌물수수와 청탁 같은 도덕적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재상 능력은 탁월했다.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며 세종 치세를 이끌었다.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해 인재를 키웠다. 능력에 따른 적재적소 배치를 중시했다. 천민이든 양반이든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았다. 인재를 알아보는 세종이 없었다면 장영실도 역사에 등장하지 못했다.
천리마는 늘 있었다. 백락이 없었다면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천리마로 태어났지만 소금장수가 기른다면 소금마차를 끄는 말에 불과하다. 백락의 눈에 띄어 관리를 받자 천리를 달렸다고 한다. 류성룡이 없었다면 이순신과 권율도 발탁되지 못했다. 그저 그런 무인으로 살았을 터이다.
인사는 종합예술이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정부 부처 총리, 장·차관급이 약 140명이다. 공공기관 자리는 200개가 넘는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지는 않지만 의중이 반영되는 자리는 1만8000개 정도라고 한다.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논공행상이 늘 화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부처 장·차관 2명을 바꾸지 않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다. 송 장관은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때 소극적인 다른 장관과 달리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오 처장은 국무회의 배석 때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잘 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두 사람의 유임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인사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정권이 교체된 정부에서 전 정부 각료가 유임된 전례는 이기호 전 노동부 장관이 유일하다. 김영삼 정부 때 임명된 이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같은 진영 정부에서 유임된 사례다.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비리로 낙마한 덕을 봤다.
장·차관 자리는 자기 진영 사람들에게 주기에도 부족하다. 전 정부 사람 2명을 유임시킨 건 이례적이다. 말 그대로 성과와 실력을 본 것인지,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렸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