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법치 사상가인 한비자는 저서 ‘한비자’ 유도(有度)편에서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법도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법불아귀’(法不阿貴)가 나온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비자는 고위직이라도 법의 잣대는 평등하다고 주장했다.
법불아귀가 포함된 문장은 이렇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 법이 제재를 가하면 지혜로운 사람도 변명할 수 없으며, 용맹스런 사람도 감히 다투지 못한다. 잘못을 벌함에 있어 대신이라도 피할 수 없으며, 착한 행동을 상 줄 때 필부라도 빠뜨릴 수 없다. 그렇게 해야 윗자리에 있는 자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고, 아랫사람의 사악함을 꾸짖을 수 있다. 백성을 통일시키는 데 법보다 나은 것이 없다.’
사마천의 ‘사기’ 상군열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효공 때 재상 상앙의 새 법이 불편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았다. 마침 태자가 법을 어겼다. 상앙은 효공에게 “법이 행해지지 않은 것은 위에서 어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효공은 태자가 임금의 지위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태자 대신 스승인 공자 건(태자의 백부)을 처벌하고 태자의 또 다른 스승인 공산가의 얼굴에 죄명을 적게 하는 경형을 내렸다. 다음 날부터 진나라 사람들이 모두 법령을 따랐다고 한다.
내란 특검의 박지영 특검보가 지난 24일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하며 법불아귀를 인용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2회 불응하고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지난 19일에도 불응하면서 앞으로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는데 그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수사 기한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안 조사가 예상된다. 특검은 그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 법불아귀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법치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점이다. ‘유권무죄·유전무죄’처럼 권력과 돈이 있다고 법망을 빠져 나간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 이 같은 법의 정신은 2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먹줄이 곧아야 굽은 나무도 곧게 자를 수 있고, 수준기(기울기 측정 기구)가 평평해야 고르지 못한 면도 다듬을 수 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