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산유국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싣고 큰 바다로 나가려면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 세계 원유 해상수송 3분의 1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평균 폭은 50여㎞에 불과하다. 들어가는 배와 나가는 배가 수로를 잘 지켜야 한다. 한 척만 틀어져도 수로가 엉키면서 마비된다. 이스라엘 미국과 갈등할 때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협박 카드를 들이민다.
우리나라는 호르무즈가 봉쇄되면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한 곳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99%가 이곳을 거치기 때문이다.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의 비애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을 꿈꾼 적이 있다. ‘7광구’ 개발이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 해역에 있는 8만2000㎢ 규모의 대륙붕(연안에 분포하는 해저 지형)이다. 1968년 유엔 ‘에머리 보고서’는 7광구를 포함한 동중국해에 석유·가스 매장량이 72억t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7광구는 제주도와 일본 규슈 서쪽 사이에 있어 양국 대륙붕이 중첩되는 해역이다. 한국과 일본은 1978년 6월 22일 7광구를 각각 50% 지분으로 50년간 공동개발하는 협정(JDZ 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협정 31조 3항에 따라 일방 당사국의 종료 통보가 있으면 3년 후에 협정은 종료된다. 종료 통보가 가능한 시점이 지난 22일이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일본이 협정을 종료시킨 뒤 단독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리비아·몰타 판결’을 계기로 ‘거리 기준’이 보편화하면서 7광구와 가까운 일본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임을 고려해 일본이 당장 종료를 통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에서는 협정을 끝내거나 적어도 재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하게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일간 협정 종료로 경계 미획정 수역이 되면 중국이 이곳의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한·중·일 다자 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돼 7광구 일대가 화약고가 될 우려가 크다.
자원보고인 바다 개발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거시적으로는 북극항로 개발을 비롯해 7광구와 같은 복잡한 해양 현안에 대한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이래저래 ‘부산 이전’ 해양수산부의 어깨가 무겁다. 해수부 권한과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