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보름 만에 20조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정부는 19일 오후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과 자영업자 채무 탕감 등에 쓸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은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1차 지원금과 합하면 소득에 따라 1인당 15만~5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비쿠폰 형태로 받는다. 13조8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과 합하면 총 34조 원 규모의 돈이 풀린다. 이 중 민생회복지원금은 13조2000억 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50만 원,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 가족 40만 원, 일반 국민 25만 원, 소득 상위 10% 15만 원을 받는다. 인구소멸지역민은 1인당 2만 원을 더 쓸 수 있다.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과 함께 자영업자 채무 탕감과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예산도 편성했다. 소상공인 부채 탕감을 위해 정부가 일정 수준 채무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이다. 7년 이상 연체된 빚 5000만 원까지 일괄 탕감한다. 4000억 원을 투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립해 처리한다. 정부는 113만 명의 장기연체채권(16조 원)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거친 만큼 추경예산안 심의를 최대한 단축해 의결하기로 했다. 다음 달 초까지는 심사를 마칠 방침이다.

2차 추경안을 서둘러 편성한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전망되는 등 최악의 경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비상계엄과 미국 관세 인상 등 거듭된 악재에 가라앉은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경제에 활력이 돌도록 추경안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빚 탕감은 이 대통령 공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채무를 국가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끝 모를 소비 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은 불안안 물가에 상승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채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도 지적된다. 성실 상환자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부채 대책은 부동산 임대업이나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등 업종을 제외한 이전과 달리 제한이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1300조 원에 이르는 국가 부채가 걱정이다. 10년 사이 배 이상 불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에 이른다. 3년 연속 수십조 원 대의 세수 결손 사태가 예고된 상태다. 올해는 10조 원 규모다. 신용평가기관들이 대규모 추경안에 신용 등급 여력을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조만간 부자 감세 정책이 원상 회복돼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세수 확보에도 총력을 쏟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