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제명의 오션 드림] 새로운 출항, 북극항로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   입력 : 2025-06-19 19:31:5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7세기, 해상 항로를 선점한 네덜란드는 동남아와 인도양을 무대로 세계 최대 해상무역국으로 부상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자연스럽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유럽 금융의 심장으로 떠올랐고, 네덜란드는 바다를 통해 최초의 ‘경제 공화국’을 탄생시켰다.

19세기에는 영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과 증기선의 보급은 해상운송의 ‘속도 혁명’을 일으켰다.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 이후 런던과 봄베이 간 운송 시간이 40% 이상 단축됐다. 이는 영국의 식민지 네트워크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고, 해상로를 확보하면서 세계를 향한 영국의 지배력이 본격화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극적인 항로 혁신은 미국이 주도했다. 1914년 파나마 운하 개통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됐고, 미국은 두 개 대양을 아우르는 해양강국으로 도약했다. 이후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물류를 지배했고, 막강한 제조산업 능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세계 최강 국가로 올라섰다.

아시아에서 해상 항로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대표 국가는 일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정부는 해군력 증강 계획에 따라 군함과 상선을 병행 육성하면서 국력을 키웠다.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는 단순한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해상 물류와 보급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항로 운용 전략의 성과였다. 이 승리는 항만 및 항로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고, 훗날 태평양전쟁을 뒷받침하는 조선산업의 폭발적인 육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일본은 동아시아 최초의 근대화와 산업경제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해운 조선 항만 삼각축이 역할을 담당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수출 입국 기조 아래 부산 울산 포항 등 동남 해안 항만을 정비하고 중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 전략은 1990년대에 접어들며 조선산업 1위, 컨테이너 항만 3위, 해운 톤수 5위권이라는 세계적 위상과 함께 산업대국으로의 진입을 이끌었다. 항로와 항만은 산업과 경제 구조의 대동맥이었고,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관문이었다.

이제 우리 앞에 또 다른 기회가 새로운 항로의 모습으로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다.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이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최대 40% 거리 단축, 15일 이상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이 항로가 ‘제3의 항로’로 불리는 것은 단순한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다. 기존 해운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항로에 ‘빙상 실크로드’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자국의 조선 기술과 해운기업 집단을 결합해 유럽으로 가는 직항로를 확보하려는 국가적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과 치열한 산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앞에, 북극항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시급성이 떠올랐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운송로를 넘어 기후외교, 에너지 전환, 극지 과학, 국제표준, 안보 및 우주전략까지 연결되는 국가 전략의 최전선이다. 경제 논리상의 해상운송 루트로만 북극항로를 다루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자간 해양 협약의 협상 무대이자, 자원 개발의 실증 현장, 기후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초기지, 나아가 친환경 선박기술을 시험할 실험실로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선·해운·물류·IT·극지과학·친환경에너지 기술을 모두, 그것도 최정상의 수준으로 보유한 나라다. 이 모든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대한민국형 북극항로 전략’이 탄생한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부산은 물류·지리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이며 해상 항로의 출발점이다. 북극항로의 관점에서 보자면, 단순 종착지를 넘어 북극으로 향하는 전략적 출항지이기도 하다. 환태평양-북극-유럽을 잇는 초국가 해운물류망의 연결축(키스톤)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세계 2위 환적항이자, 글로벌 해운 3대 얼라이언스가 모두 기항하는 동북아 핵심 물류 허브.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 벨트를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선박 기술개발의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는 도시. 부산이 북극항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겐 조선·해운·항만을 통해 산업화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이제는 북극항로를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묻는다. 북극항로를 우리는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몇 남지 않은 세계적 청정지역 북극에 등장할 친환경 첨단 선박. 처칠에 의해 전장에 투입되어 1차세계대전 승리 기폭제 역할을 하고 그 결과 석탄시대의 종말을 이끌어냈던 내연기관 군함의 등장 장면과 기시감이 든다.

새로운 항로는 새로운 방향이다. 그 방향 위에 우리의 기술 도시 산업 외교 미래를 실어 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바야흐로, 다시 출항할 시간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6. 6‘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6. 6[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7. 7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8. 8김장철 앞두고 배추 등 원산지 속이면 7년 이하 징역
  9. 9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