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의 여행업계와 한일항로를 떠들썩하게 한 팬스타 미라클호를 타고 오사카를 다녀왔다. 예전 부산과 후쿠오카를 왕복하던 미래고속이라는 한일여객선사에서 근무 경험과 10여 년 동안 일본여행을 기획하고 일본스루가이드를 한 경험을 살려, 일본 인아웃바운드여행 쪽으로도 회사의 영역을 넓히고 있던 터라, 일본으로 떠나는 5성급호텔 수준의 럭셔리크루즈라는 홍보는 필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국내 기술력으로 건조된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이라는 타이틀 또한 매력적이었다.
고급스런 내부 인테리어와 내부 시설들을 돌아보며 오사카 항로를 다니던 기존 드림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선상 레스토랑에서는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며 품격 있는 식사와 공연도 즐길 수 있었다. 선수에 자리잡은 라운지에서는 광활한 바다를 보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 분들과도 느긋하게 여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운항 초기라 그런지 시설 면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나름 기대를 한 외부 데크의 수영장과 자쿠지는 승선 당일은 사정상 운영이 되지 않았고, 사우나도 일부만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운항 초기의 이런 시설의 아쉬움보다도 가장 큰 것은 선상 카지노의 부재였다. 정확히 말하면 카지노 시설은 있었지만, 여느 해외 크루즈 여행에서 느꼈던 선상 카지노의 즐거움을 미라클호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공해에 나가면 당연히 카지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국인은 법적으로 카지노를 이용할 수 없다’는 법적 제약으로 크루즈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없었다.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과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기사나 논평 등을 찾아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크루즈산업의 가장 큰 법적 장벽중의 하나로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금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조건을 충족한 국제순항 크루즈 사업자는 관광진흥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카지노업을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른 법률과 제한에 걸려 국적 크루즈 내 카지노는 내국인 이용이 불가능했다. 국내에 기항한 외국 국적 크루즈선에서 카지노를 즐기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는 분명 이중 잣대처럼 느껴졌는데 이 같은 부분이 바로 국내 크루즈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도 알게 되었다.
카지노 하면 먼저 사행성과 중독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선상 카지노를 도박장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내에서만 허용이 되었고 베팅금액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느낀 선내 카지노는 크루즈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중 하나였고 휴식을 돕고 같이 즐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증진시켜준 사교의 장이었다.
글로벌 크루즈 시장은 2023년 약 3170만 명의 승객을 기록했고 2030년에는 4250만 명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관광은 관광객 10만 명당 약 4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항지에 1500만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 내국인 연안 크루즈 이용객은 4만 명에 그치고 있으며, 산업 발전도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라클호는 부산항을 모항으로 주 3회 이상 오사카 항로를 운항하며 국내 크루즈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대형 크루즈에 비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내 여행객들에게 크루즈 여행의 매력을 알리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더욱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사의 자체적인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선상 카지노와 같은 핵심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대한 정책적인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크루즈 산업은 해운 관광 문화 서비스업이 융합된 복합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특히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부산의 여행업계 종사자중 한 사람으로 국내 크루즈 산업이 진정한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원과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바다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규제의 틀에 가두지 말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시켰으면 한다.
끝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미라클호의 첫 발걸음이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며 필자가 경험한 미라클호는 오사카라는 목적지로 필자를 이동시켜주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음도 이야기하고 싶다. 함께 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입체적 시간이었고 이동 자체가 여행인 행복한 크루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