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겼을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 글쓰기, 보고서 작성, 학교 과제 등에서 놀랄 만한 성능을 보였다. 인공지능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중국이 올해 거대AI 딥시크(DeepSeek)를 미국보다 저비용으로 개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도 고성능 거대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어 자료를 학습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HyperCLOVA)와 LG 엑사원(EXAONE) 등이 거대AI를 추격하고 있다. 거대AI를 개발하려면 최소 수조 원의 돈과 그에 상응하는 학습 데이터, 뛰어난 과학자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인공지능 3대 강국’이다. 이를 위해 10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신설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네이버 출신 하정우 박사를 임명했다. 그는 인공지능 주권(sovereign)을 강조해왔다. 자주적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소버린AI는 국가별 특성에 맞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각국의 언어 문화 정치 사회 등에 특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술 자율성과 안전성을 추구한다. 보안이 중요한 국방과 의료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OpenAI사가 개발한 GPT의 한국어 데이터 비율은 0.01%다. 영어로 된 자료를 92% 학습했다. 거대AI는 사전학습에 활용된 데이터에 따라 답변을 생성한다. 글로벌 인공지능은 영어권 문화를 중심으로 결과물을 산출하는 셈이다. 자체 인공지능 개발이 없으면 글로벌 인공지능에 종속된다는 것이 하 수석의 지론이다.
하 수석이 칼럼 등에서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의 국가 지원을 강조했다. GPU에선 미국 엔비디아가 절대 강자다. 칩 하나에 수천 만 원이다. 국내 업체가 이를 구입하기 힘들다. 국가전략자산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은 GPU 확보에 사활을 건다.
정부가 GPU 5만 개 정도를 확보해 민간 기업에 이를 공급하고, 기업은 한국형 인공지능을 개발해 소스코드를 공개함으로써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게 소버린AI의 구상이다. 이재명 정부가 그리는 AI 강국의 모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