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번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실제로 조선산업 재도약, 해양에너지 개발, 수산업 고도화, 해운물류 체계 개편 등 해양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들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조선산업에 있어서는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디지털·자율운항 선박 확산 ▷중소조선소 생태계 복원 ▷해양방위산업 육성 ▷기자재 국산화 및 수출산업화 등이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조선기자재 기업에 있어 기술력, 인증 대응, 생산 체계 등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분명한 신호다.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은 세계 1위 수준의 조선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아직도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고, 국제 인증이나 표준 대응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조선산업이 친환경·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기자재 산업도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품질 경쟁력, 지속가능성, 국제 대응 역량까지 갖춰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조선기자재 산업의 체질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선, 기술 고도화가 가장 시급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저탄소 연료 시스템, 자율운항 선박용 통신·센서 장비, 소프트웨어 기반 융합 기자재 개발 등이 중요하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개별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학·연이 협력하는 클러스터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제 표준과 인증 획득을 위한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자재 기업이 국제 시장에 진출하려면 IMO, ISO, IACS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인증을 획득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시험 인프라 강화가 시급하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은 부산·울산·거제·목포 등 주요 권역에 국제규격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친환경 및 자율운항 기자재에 대한 시험 인증 서비스를 더욱더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 번째는 스마트 생산 체계 도입과 인력 고도화다. 특히 중소기자재 업체들이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공장구축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품질관리, 자동화 설계·제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전문인력양성과 재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부품업체 간의 단기 납품 관계를 넘어 공동 기술개발 및 기술 공유, 공동 해외 마케팅 등이 가능하도록 플랫폼 기반 수직계열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조선기자재 산업 지원기관인 KOMERI도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조선소-기자재기업 상호 기술 연계사업, 공동 R&D 기획, 해외시장 진출 컨설팅 등 산업 생태계에 있어 중심적 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조선기자재 산업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협력 플랫폼의 확대방안을 수립 중이다.
조선기자재 산업은 조선산업과 달리 유럽과 일본에서는 조선산업이 약화 되었음에도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K-조선기자재 산업은 국내 조선산업이 축소되더라도 전 세계 조선 시장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도록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신정부의 출범으로 조선기자재 산업에 있어 분명한 발전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산업계에서도 더 이상 국내 기존 수요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주도형, 표준 기반형, 협력 중심형 산업으로 바뀔 수 있도록 선제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K-조선기자재 산업의 내일은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산업계의 의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될 때,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며,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 원장